주민이 원하는 공원이 최고의 공원
주민이 원하는 공원이 최고의 공원
녹색 옥천을 꿈꾼다 (3) -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SALZBURG)와 비엔나(WIEN)의 도시 공원 정책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7.06.28 14:04
  • 호수 88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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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1. 녹색도시 옥천을 꿈꾼다
2. 숲은 지역의 미래 - 독일 퓌센시
3. 도시 속 공원 - 오스트리아
4. 공원이 지키는 도시 - 영국
‘정원이 멋지군요’라던가 ‘아름다운 정원에 초대돼 영광입니다’라는 말이 특정 계층에서 기본적인 인사말로 사용되던 시대가 있었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기 전 시대의 귀족들이 서로 나누던 인사로 요즘도 옛 시대를 다룬 영화를 보면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생활권 가까이 자연을 옮겨놓은 정원은 권력의 중심이었던 궁궐이나 사찰, 사당, 권세가의 마당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고, 이점은 동서양에 차이가 없다.
 
동양의 정원(庭園), 서양의 가든(garden)이나 파크(park)라는 단어 앞에 공(公), 공공(public)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인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가 공원의 탄생을 설명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친 뉴욕의 노동자들이 즐겨 찾던 아름다운 해변과 도시의 숲이 점차 부자들의 사유지로 바뀌고 출입이 통제되기에 이르자 갈 곳을 잃은 뉴욕의 노동자들을 위해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녹색지대가 바로 뉴욕의 자존심이라는 오늘의 맨해튼 센트럴 파크가 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귀족과 왕가의 정원 전부 또는 일부가 공원이 됐고 우리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가까이 두고 누렸던 녹지는 이렇게 소수 특권세력의 전유물에서 점차 시민의 재산으로 환원된 것이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공원은 사실 오늘날 시민사회 성장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옥천읍의 사례처럼 공원이 없는 도시가 단순히 주민들의 삶의 질이 열악한 상황을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 지역의 주민이 지역 공동체 문화와 역사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주변이나 하부구조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주민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자치단체는 공원을 가질 수 없다.

▲ 짤쯔부르크 도심 서쪽 주거단지에 있는 어린이 공원. 시의 모든 도시공원의 설계에는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참여 해 지금의 모습이 이뤄졌다.
◆짤쯔부르크시, ‘녹색도시는 포기할 수 없다’ 
15만 인구의 오스트리아 국경도시 짤쯔부르크(SALZBURG). 음악가 모차르트의 고향이면서 최근에는 강원도 평창과 함께 2014년 동계올림픽의 개최지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도시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짤쯔부르크시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시가 도시 전체 면적(66㎢)의 58%가 넘는 녹색지역을 관리하는 모습.

짤쯔부르크시의 녹색은 우리 옥천의 녹색처럼 생활권에서 분리돼 풍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권 구석구석에 깊숙하게 자리를 잡고 말 그대로 녹색도시, 경관도시의 자부심을 지켜가고 있다. 그들에게 녹색은 어떻게 주민과 함께하고 관리되고 있는지 짤즈부르크시 공원관리부서 책임자인 사이코(wolfgang saiko)씨를 통해 들어보자.
 
“우리는 우리 짤쯔부르크시의 공원관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공원을 계획하고 보호하며 관리하는 일 모두가 공원부서의 업무입니다. 우리가 관리하는 공원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14개의 공원, 13개의 녹색지대를 포함해 매우 광범위 합니다.”
 
사이코 씨가 소개한 짤쯔부르크의 녹색지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15만 인구가 즐기는 공원만 14개(1,072,100㎡), 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도시의 삭막함을 제거하는 녹지대, 이른바 오픈스페이스가 13개(136,500㎡), 도로변을 따라 조성된 녹지대 1800개(255,410㎡), 거주지마다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80개(310,800㎡), 잔디축구장 등 야외 스포츠 시설 17개(201,500㎡), 호수공원 8개(307,158㎡), 시가 특별히 관리하는 나무 2만 2천 그루, 공원으로 관리되는 묘지 5개(총 분묘 3만여 기). 놀라운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공원관리부서 공무원들은 이렇게 다양하고 광범위한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각 시설에 관련된 다양한 부서와 긴밀한 업무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계획부서와의 유기적인 업무협조는 앞으로도 우리 짤쯔부르크시가 아름다운 경관도시라는 도시만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이제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은 EU(유럽연합)이라는 큰 틀에서 대부분 국가간의 국경을 허물고 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유럽 각국, 특히 동부 유럽에서 유입되는 인구의 증가라는 압력을 받고 있고 짤쯔부르크 역시 예외는 아닌 상황. 그러나 공원관리부서는 이미 향후 10년 안에 시에서 1만개의 새로운 직장과 8천100개의 새로운 주거지가 생길 것을 예상하고 녹색공간을 이에 맞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니 규모뿐 아니라 규모를 유지하는 치밀함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녹색공간을 활용하는 도시계획프로그램 자체가 다양하고 세밀하다 보니 짤쯔부르크시의 부서 간 업무협조 체계는 대단히 섬세한 인상을 준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시에 소속된 부서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처지에서 주민을 위한 녹지보호와 확대라는 가치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사이코씨는 이것이 특별한 제도나 프로그램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담당공무원간의 충분한 대화와 이해가 이것을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건설부서 공무원들이 우리 공원부서를 꽃에 물이나 주고 땅이나 가는 공무원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생각이 실제 행정과정에서는 발생할 수 없어요. 우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대화하기 때문이죠.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그들의 전문성으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점을 보완해주고, 저도 물론 조경학을 전공한 전문가로 다른 부서를 보완해주죠. 충분한 대화와 활발한 의견제시가 있으면 서로의 마음을 알고 일할 수 있죠.”
 
짤쯔부르크 공원관리부서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공원의 공공성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공원의 설계와 관리.
 
“공원이 갖는 이용자 중심의 편의성과 생태적 가치의 보존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주민이 공원의 설계과정에 반복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성될 공원이 주민의 사랑을 받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색지대의 생태를 정확히 관찰함으로써 녹색지대가 공원이든, 오픈스페이스든 어떤 형태로 활용되더라도 정확한 보호기능이 작동할 수 있죠.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비엔나 시 외곽 주택단지 근처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공원이면서 어린이 놀이터이기도 한 이곳에는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즐비하다.
◆비엔나 시, ‘주민이 원하는 공원이 좋은 공원’ 
짤쯔부르크 시 공원부서가 놀이터를 하나 조성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시가 조사반을 구성해 놀이터 조성 주거지 근처의 아동연령을 조사한다. 이렇게 조사된 데이터는 조성될 공원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놀이기구들이 적용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된다. 이렇게 주민욕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원조성의 기본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비엔나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도시공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최우선으로 반영한 비엔나시의 설계를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반열에 비엔나시를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의 도시공원.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엔나시는 도시공원의 양적인 수준만큼이나 그 질적인 수준을 확보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엔나시 공원행정부서 책임자인 프란츠 챈(Franz Chen)씨는 도시공원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는 두 가지 요소를 ‘안전성’과 ‘편의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우선 도시공원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둡게 숨겨진 곳이 없이 공원에 들어서면 한 번에 공원의 곳곳을 볼 수 있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죠. 두 번째로 이용자에게 편리한 공원이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리면 우리 시가 얼마 전 조성한 ‘소녀공원’의 사례가 있겠네요. 공원을 여성에 비해 10대에서 20대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우리는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의 공원이용에 대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소녀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소녀전용공원이라고 오해하지는 마시고요(웃음), 단지 소녀들이 공원을 찾았을 때 함께 모여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공원에 조성하는 등 10대에서 20대 소녀들의 공원에 대한 욕구를 바탕으로 시설을 설계했죠. 비엔나는 국제도시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살고 있고 이에 착안한 외국인을 위한 공원도 조성할 생각입니다.”
 
도심공원 하나 없는 옥천읍 주민의 눈에 비친 비엔나시의 공원에 대한 관심과 정성은 정말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언젠가는 조성될 옥천의 도시공원이 어떻게 설계되고 관리되어야 하는지 비엔나시는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인구 160만의 거대도시 비엔나는 앞서 살펴본 짤쯔부르크시에 비교할 때 높은(물론 우리나라의 도시지역 인구밀도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인구밀도를 가진다. 이것은 비엔나 시가 거주지와 녹지의 비율을 5대 5로 유지한다는 기본적인 녹지목표를 도심의 중심에서 달성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비엔나시는 민간공동주택(아파트)의 사유지 녹지조성에 보조금 정책을 써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내 중심가 쪽 공원은 외곽만큼 큰 공원을 갖기 어려워요. 그래서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공동으로 소유하는 면적을 녹지나 작은 공원으로 조성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런 경우 시에 이런 계획을 신청하면 시에서 신청자에게 기술지원 외에도 현금으로 2천2백 유로(우리 돈 274만 원정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도심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해요.”
 
안전하고 편리한 공원, 이용자가 그 디자인을 결정하는 민주성을 기본으로 하는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 시와 비엔나 시의 공원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 도시들을 상징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가진 공원이었고 공원에 쏟는 그들의 사랑과 열정이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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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맘 2007-07-02 17:48:52
작은 읍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잔듸운동장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그런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돗자리깔고 도란도란 웃음꽃 피우는 그런 이웃들과 함께 할수 있는 옥천이 기다려진다.....군수님... 옥천시민을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형식적인 공원이 아닌 행복한 공원을 만들어주세여......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