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학교운영위원회 잘 운영될 수 있는가?
[초점] 학교운영위원회 잘 운영될 수 있는가?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2000.05.06 00:00
  • 호수 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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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년을 맞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는 잘 운영되고 있는가.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고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일정정도 참여한다는 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아직도 법적인 심의기구가 아닌 단순한 자문기구, 또는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군 홈페이지에 한 학부모가 삼양초 운영위원회의 운영과 관련된 글을 띄워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4월20일까지 군내 각급 학교에서는 공석이 된 운영위원과 운영위원회 위원장 선거가 줄을 이었고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만 200명의 운영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초등 13개 학교의 운영위원 수는 149명. 중학교 운영위원의 수는 51명이다. 운영위원회가 구성된 지 5년이 지난 만큼 이제 운영위원 경력이 4년 이상 된 위원들도 나오고 있다.

▶운영위원 경력 2년 미만자 72%

초등학교의 경우 149명 가운데 1년 미만 경력 소유자가 41명으로 27.5%를 차지했고 1년에서 2년까지가 71명으로 47.7%, 2년에서 3년까지가 22명으로 14.8%, 3년에서 4년까지가 14명 9.4%, 4년 이상 5년 미만이 1명으로 0.6%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는 1년 미만이 총 51명 가운데 20명으로 39.2%에 달한다. 1년에서 2년까지가 12명으로 23.5%, 2년에서 3년 사이가 11명 21.6%, 3년에서 4년 사이가 7명으로 13.7%, 4년에서 5년 사이가 1명으로 2%를 차지하고 있다.

1년에서 2년 사이의 경력이 초등학교에서는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는 반면 중학교는 1년 미만의 경력자가 40%에 가깝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계했을 경우 운영위원 경력 2년 미만이 72%에 달하고 있다. 운영위원들의 연령별 분포도를 볼 때도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가 있다.

▶30, 40대 위원이 76.5%

초등학교는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55명 37%, 40대가 43명 28.9%에 달하는 반면 중학교는 40대가 28명 55%, 50대가 13명 25.5%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운영위원의 연령은 20대가 5명으로 2.5%, 30대가 62명 31%, 40대가 71명 35.5%, 50대가 48명으로 24%, 60대가 12명 6%이며 70대 운영위원도 2명 1%에 달하고 있다.

30대, 40대 운영위원의 비율이 76.5%로 가장 많다. 성별로는 남자가 133명(66.5%), 여자가 67명(33.5%)이다. 특이한 것은 초등학교 운영위원의 성별비율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여성 학부모위원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당장 학부모위원 71명 가운데 여자가 37명으로 남자 34명보다 더 많다.

반면 중학교는 학부모위원 23명 중 남자가 16명, 여자가 7명이다. 초등학교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학교 일 관여가 많다는 얘기다. 현재 구성된 군내 운영위원회를 분석해내기 위해서는 교원위원의 분포도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체 200명의 위원 중 학부모위원은 94명 47%다. 지역위원은 33명 16.5%, 교원위원은 73명 36.5%.

▶교장, 교감, 보직교사가 67.1% 차지

각급 학교의 교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어 있는 법 규정상 교장을 비롯한 교원위원의 역할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교원위원의 경력을 보자. 5년 미만이 6명에 8.2%다. 15년에서 20년 미만 역시 6명으로 8.2%. 반면 25년 이상 30년 미만은 17명으로 23.3%다.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위원이 전체의 48%인 35명에 달한다.

다음으로 직급별 분포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초등학교. 초등학교는 당연직인 교장이 13명에 달한다. 13개 학교 중 8개 학교의 교감 8명도 교원위원이다. 여기에 보직교사의 수는 18명 33.3%. 평교사위원의 수는 15명으로 27.8%에 그치고 있다. 중학교는 군내 5개 학교의 교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고 보직교사의 수가 5명으로 26.3%, 평교사위원은 9명 47.4%이다.

초등학교는 8개 학교의 최고 결정권을 가진 교장과 교감이 함께 학교 운영을 심의해야 할 학교운영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직교사위원까지 헤아리면 72.2%에 달한다. 교장은 당연직이지만 나머지 교원위원은 교사회의를 통해 선출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직교사 이상 일색으로 짜여진 교원위원 진영은 아무래도 튀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구성대로라면 교장과 교감이 학교 운영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한 당사자가 심의와 의결에도 참여하는 이상한 형태가 되고 있다. 쉽게 말해 교장을 대표로 하는 학교가 집행부이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의회라고 하면 집행부의 장이 의회 의원의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평교사의 운영위원회 참여율이 지나치게 낮아 학교 관리자의 의지대로 사안을 쉽게 끌어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심의기능 제대로 할까 우려

중학교의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교장은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교감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교는 없다. 보직교사도 26.3%다. 평교사위원의 수가 거의 절반에 달함으로써 학교 운영자의 입장에서라기보다는 평교사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현 위원들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교원위원의 구성이 주로 교장과 교감, 보직교사 위주로 짜여졌다는 것은 학교운영위원회를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의지에 다름아니다"라는 게 학부모 김아무개(옥천읍 금구리)씨의 지적이다.

"학운위의 심의기능이 말살될 우려를 안고 있는 데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모든 운영위원들이 참여하게 되어 있는 다음 교육감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를 포석에 둔 구성이라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은 한 교육계 인사의 얘기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말그대로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상향식 교육개혁의 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와 교육개혁을 바라는 이들의 동참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후세들의 교육을 보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라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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