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정신계승기념 대상 수상작
4.19혁명 정신계승기념 대상 수상작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4.29 00:00
  • 호수 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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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남윤미(옥천고 3)

아들아! / 산천에 진달래는 또 핏빛으로 물들었구나 / 들에 나가 호미질을 하려 해도 / 희뿌연 하늘에 네 얼굴이 그려져 / 이 애미는 속으로 삼켜운단다.

그날도 오늘같이 바람이 일고 / 새들은 구-우구구 울며 날았지 / 흙만 일궈 아는 것 없는 이 애미는 / 너의 그 봉오리진 씨앗을 고스란히 가슴에 묻을 뿐이었다. / 하지만 아들아! / 이 애미는 똑똑히 보았단다. / 죽은 줄만 알았던 돌밭가 감나무에 / 푸름한 진연두빛 싹이 돋았던 것을 말이다. / 어둑지니 귓가에도 웬일인지 그날은 / 웅덩이 냇물되어 흐르는 소리가 맴돌더구나.

정치니 자유니 떠들어대는 저놈들이 / 과연 호미질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 네가 하늘로 가기 전 / 돌밭을 일구라고 사다준 저 호미말이다.

이장집 대문에 붙은 벽보가 또 휘날릴 때면 / 붉게 익은 홍시가 떨어지고 / 들리던 냇물소리가 멈출까봐 걱정이구나 / 이 애미는 다시 땅을 일궈서 / 네가 준 씨앗을 심어야겠다. / 곡식이 익어갈 가을 날에는 / 맑은 하늘 네 얼굴을 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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