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여...집요하게 설득하라”
“풀뿌리여...집요하게 설득하라”
두번째 천막강연 나선 홍세화씨
  • 백정현 jh100@okinews.com
  • 승인 2006.08.17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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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사 시민 편집인 홍세화(58)씨의 언론문화제 방문은 올해로 두 번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천막강연장에 나타나 그를 알아보는 이들과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 언론인 홍세화씨. 그는 언론문화제 한 켠에서 사람들과 그의 세계를 나누었다.

▲ 홍세화씨 (사진: 김태정 객원기자)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정치상황의 변화만큼 수구언론을 둘러싼 환경도 부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조선, 중앙, 동아 등 수구언론들은 변함없이 같은 타령이지만 그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공유했던 문제의식은 점차 엷어지고 있다. 물론 옥천은 성지로 남아있지만 우리 사회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다. 노무현정부는 한국사회의 시민세력이 얻을 수 있는 극대치의 결과로 당선이 되고 탄핵 정국으로 의석의 과반수까지 차지했지만 이 좋은 기회를 근본적 정책에 대한 차별화로 이끌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구세력과 싸울 뿐 근본에 있어 그들과 같은 방향이다.

지난해 천막강의에서 주민들에게 민주화의 성과를 나누지 못하고 방치되는 지방자치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5.31지방선거에 대한 생각은?
=언론환경이 건강한 곳에서 마찬가지 건전한 사회구성원의 의식이 선거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옥천은 선거결과로 정확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풀뿌리시대에 지역언론이 주민들과 형성하는 관계의 본보기가 아직 옥천만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아쉬움이고 가장 큰 문제다.

풀뿌리 언론사마다 각자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직면하는 모순의 큰 뿌리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풀뿌리 언론의 책임과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알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다. 오늘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경제동물이 돼 살고 있고 우리 사회 역시 같은 논리로 지배되고 있지만 개혁세력의 문제의식은 이 모순을 극복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할 시기를 놓쳤다. 우리는 자본의 논리가 강요하는 20:80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80에 해당하는 민중이 사회의 지배력을 획득하는 민주정치제도를 갖지 못하고 있다. 지역언론, 풀뿌리언론의 책임과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력과 돈, 교육 등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소외되는 80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당연한 문제제기, 편안하게 살려고 아우성치지만 모두 불안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80을 위한 올바른 감수성의 전달, 책을 읽지 않고도 스스로 유식하다고 착각하는 미디어 홍수 속에 빠진 80의 자각을 이끌어 내는 이 모든 일이 풀뿌리 언론의 책임이다. 그리고 풀뿌리 언론은 이를 해 낼 수 있다. 독자의 의식 하나하나에 풀뿌리 언론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접근할 수 있고 80이 갖는 진정한 힘, 민중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집요하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풀뿌리의 힘이요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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