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에게 듣는 우리의 미래
도올에게 듣는 우리의 미래
언론문화제 초청강연 나서는 도올 김용옥 선생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6.08.10 13:03
  • 호수 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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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언제나 ‘거장(巨匠)’은 있다. 비록 대중이 그 존재를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한 세대 이상의 기나 긴 시간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거장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욕구가 확인되는 때를 맞춘 거장의 출현은 순식간에 관행과 구태의 ‘껍데기’를 쓸어버린다.

대중들로부터 부여된 권위를 얻은 거장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중을 위해 그가 등장하기까지 자신의 분야에서 누적돼 온 경험들을 다시 해석하고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이런 거장에 대한 대중의 욕구는 60년대 말과 80년대 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서 표현된다. 폭력적 문화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등의 시대, 다양성의 시대를 열자는 요구가 전 세계에 들불처럼 번진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70년대 벽두 김지하 시인이 ‘오적(五賊, 1970년)’을 발표하는 등 개발 독재의 망령을 규탄하는 저항운동이 대중의 욕구와 시대의 양심을 위로했고 80년대 말은 우리 고장(89년 9월30일 옥천신문 창간)을 포함해 남해, 홍성 등에서 풀뿌리 지역언론운동의 첫 세대가 조선일보로 상징되는 부패한 기성언론의 ‘사망’을 선언하며 내 이웃의 삶을 정직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철학, 대중과 소통하다
80년대 말 문학, 예술, 언론 등 각 분야에서 들불처럼 번진 대안문화운동은 철학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중들은 86년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가벼운(?)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무거운 철학책을 만났고 ‘도올’이라는 호를 가진 동양철학자 김용옥을 기억하게 된다.

‘여자’를 보는 동양과 서양의 인식을 치밀하게 분석한 이 책은 철학서적으로는 이례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철학자 김용옥이 대중과 소통하는 첫 결과물로 기록된다.

책 ‘여자란 무엇인가’는 당시 30대 후반의 젊은 철학자 김용옥이 ‘여성성’으로 상징되는 새 시대의 정신을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고 김용옥씨는 같은 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 87년 ‘절차탁마 대기만성’ 등의 저서를 연이어 내놓으며 대중의 기대에 호응했다.

1990년 원광대학교 한의대에 입학해 6년 가까운 시기를 제자뻘인 대학생들과 함께 한의학을 공부하며(당시의 생활은 저서 ‘너와 나의 한의학’ 및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등에 잘 나타나 있다) 대중과 거리를 두었던 김용옥씨는 90년대 후반부터 EBS, SBS, MBC 등 방송을 통해 대중과 다시 만나며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도올, 옥천과 만난다
그의 호 ‘도올’은 돌대가리란 뜻이다. 최근 발간된 신간 ‘논술과 철학강의’ 2권 첫 머리에서 그는 자신의 호 ‘도올’을 이렇게 설명한다.

〈도올이란 이름은 한자로 풀면 매우 어렵고 전고(典故)가 얽혀있지만 그 말을 쉽게 줄여버리면 돌이 된다. (중략)...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이 머리가 나쁜 사람들에게 머리 나쁜 내가 고생해서 어렵게 깨달은 몇 가지 참된 이치(진리)들을 이야기해줘야겠다는 책임과 사명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돌대가리라는 그의 호가 말해주듯 김용옥의 강의는 돌멩이처럼 단단하다. 차 돌멩이를 떠올리게 하는 빈틈없는 강의는 주제가 무엇이든, 대상이 누구이든 간에 정확하고 강력하게 날아간다.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 재직시부터 이름을 떨쳤던 그의 강의를 경험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자신이 가진 ‘인식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도올이 오는 14일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제4회 언론문화제를 기념하는 초청강연 차 옥천과 만난다.

그가 저녁 7시부터 문화원 대강당(관성회관)에서 펼칠 강연은 여러 가지의 새로운 의미가 있다. 여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그가 특정 지역의 주민을 위한 강연에 나선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강의 주제인 ‘도올이 본 옥천과 조국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차 돌멩이 같은 거장의강연이 언론문화제 참석자들에게 어떻게 날아올지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참으로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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