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부문별 점검(5)-궁도
생활체육 부문별 점검(5)-궁도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3.04 00:00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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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들은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벽에 동전만한 동그라미 하나 그려놓고 마주 앉아 면벽 수행을 했다고 한다. 때로는 그 동전이 사욕의 형태를 그려내며 유혹의 손길을 던지기도 했을 테고, 때로는 선승의 모든 마음을 잡아먹고 무(無)의 상태로 선승을 이끌기도 하였을 것이다. 145m 앞에 놓여 있는 과녁을 마주선 사대의 한량들에게 그 과녁은 커 봐야 담배갑 반 만한 크기로 보인다고 한다.

그 과녁에 마주서고 살을 메기는 한량들의 모습은 과거 골방에 앉아 벽을 향했던 그 선승들의 모습을 닮아있다. 최근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궁(혹 궁도)에 대한 관심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다. 옥천에서도 30여명의 한량들이 모여 궁도 동호회를 구성하고, 군서면 월전리에 위치한 활터도 모임 명칭과 같이 `관성정'이라 붙였다.

▲예를 중시하며 갖춘 바른 자세에서 나오는 몸과 마음의 건강

세계대회가 치러지지 않는 우리 고유의 스포츠로 아직까지 엘리트 체육분야에서는 소외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우리 것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의 관심과 국궁이 갖고 있는 `고요속의 힘'에 대한 매력으로 점점 국민들 속으로 파고드는 궁도.

"직접 사대에 서서 활을 쏘아보지 않으면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쉽게 믿기 힘들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거든요. 하지만 일단 활을 쏘아 본 사람들은 국궁이 주는 매력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죠." 김재수 사무국장의 얘기다. 겉으로 봐서는 팔만 아프고 별다른 운동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말하면 국궁 동호인들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직접 사대에 서서 활을 쏴보라고 권한다.

현재는 양궁의 활과 같은 재료로 만든 개량 활이 나와 자신의 체형과 근력에 맞는 활과 화살을 선택할 수 있어 누구든지 쉽게 궁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부부나 고부지간, 부자지간 등이 함께 궁도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활쏘기를 하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와 호흡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연습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이 이루어져 그로 인해 내장의 혈액 순환이 잘 되고 기능도 튼튼해진다고 한다.

사대에서 활을 쏘기 전에 항상 초시례를 갖춘다. 주변 사람들에게 `활 배웁니다'라는 인사를 정중하게 올리고 과녁을 마주한다. 어떤 종목보다 `예'를 중시하고 고도의 정신집중을 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것. "시위를 당기고 화살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돼요. 그 맛에 궁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시원하거든요."

▲관성정 신축으로 중흥기 기대하는 옥천 궁도

"지금까지는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잘 이끌어 왔습니다. 모든 회원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관성정의 신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원확보와 대회 유치 등 많은 부분에서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순욱 사두는 올 가을쯤으로 기대되는 관성정의 완공이 국궁 동호인들의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에서는 올해 군비와 도비 4억원을 들여 현 관성정 위치에 새로운 국궁장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현 군서면 월전리 산 21-1번지 일대 약 2천813평의 터에 조성될 신축 관성정은 휴게실과 관리실, 화장실, 관람실을 포함한 건평 260㎡의 정(亭)을 2층으로 신축하고 부대시설로 진입로와 구조물, 주차장, 사대가 설치될 계획이다. 신축되는 관성정은 철근 콘크리트조 현대식 건물로 외관과 지붕은 고건축이 가미된 형태로 지어지게 된다.

"우선 관성정이 완공되면 기념대회를 열어 볼 계획입니다. 중봉충열제와 대회 기간을 맞출 수 있다면 함께 개최하면 더욱 좋구요." 황순욱 사두는 새로운 관성정이 완공되면 많은 대회를 유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더군다나 영동의 경우 난계 음악제 때도 궁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마당에 의병활동을 펼쳤던 중봉충렬제 때 궁도 대회를 여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각종 대회의 활성화와 훌륭한 시설을 갖춘 활터가 마련된다면 회원의 확보는 그리 힘들지 않은 것이라고. 현재도 회원 참여의사를 밝힌 군민들이 적지 않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서 관성정의 완공이후로 미뤄 놓은 상태다.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고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는 국궁은 관성정의 신축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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