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농촌지역 축제, 현재와 미래
[기획] 농촌지역 축제, 현재와 미래
특화된 축제가 지역을 살린다 (2) ... 볼거리 중심의 지역축제 '허상'
  • 이수정 기자 sjlee@okinews.com
  • 승인 2006.05.18 14:03
  • 호수 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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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부 : 경쟁력 있는 축제는 `뭔가' 다르다
▶2부 : 농촌지역 축제, 현재와 미래
3부 : 특화된 주제가 성공한다
4부 : 산업과의 연계, 경제효과 극대화
5부 : 문학축제, 작가를 느낀다
6부 : 지역축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언

함평 '나비축제'…지역민에 경제성 환원 과제
청원 '유채꽃축제'…‘생명’브랜드 홍보효과 톡톡

 해를 거듭하며 개최할 수록 액수는 올라간다. 그 장단에 맞춰 ‘성공’이란 타이틀이 흥을 타듯 넘실댄다. 축제를 통한 지역 이미지 제고 및 집계되지 않는 주민 수입까지 수백억원의 경제성 창출효과를 냈다고 한다.

  혹자는 수천억원대까지 드높여 이야기 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손을 뻗어야 닿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주민들이 축제에 함께 참여해 즐기지 못하고, 그로 인한 경제성 창출 효과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과연 그 축제를 ‘성공’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번 ‘특화된 축제가 지역을 살린다’에서는 전남 함평과 충북 청원군을 다녀왔다. 

이 두 지역은 ‘친환경’을 주제로 한 축제를 열면서 지역의 청정 이미지 제고를 통해 지역 농산물 판매로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함평 나비축제가 회를 거듭할 수록 지역 내에서 많은 잡음을 동반하는 한편, 청원 생명쌀 유채꽃 축제는 민간에서 주최하면서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선상에 서 있었다.

▲ 함평 나비축제에서 관람객이 나비를 잡으려 하고 있다. 관람객의 눈속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함평 나비, 훨훨 날아 잡지 못해 
“나비야∼”  나비날개를 예쁘게 단 어린아이들이 나비 생태관에 이르자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나비를 보고 환성을 지른다. 도시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에게 ‘나비’는 주위에서 잘 보지 못하는 것이기에 신기함이 더해진다. 날아다니는 다 큰 나비 뿐만 아니라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번데기가 되어 나비로 탄생하는 나비의 일대기(?)를 보여주기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지천에서 날개짓하는 배추흰나비 뿐만 아니다. 이번 8회 함평나비대축제의 주인공 나비로 선정된 암끝검은표범나비와 호랑나비, 흑백알락나비까지 나비의 종류와 즐겨 먹는 잎사귀를 살펴 볼 수 있으니 나비의 생태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교육의 장소로도 으뜸이었다. 

또 가까이에 마련된 친환경 농업관에는 호박과 참외, 토마토, 마늘, 메밀, 벼 등 논과 밭에서 자라는 작물을 실제로 옮겨 놓아 농촌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생활하는 어른들에겐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됐다.

토끼와 닭, 병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먹이를 먹고 있는 조그마한 동물농장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은 오래 머물렀다.  “엄마 어릴때는 이런 황토집에서 살았어. 저렇게 뒷간도 있고, 앞마당도 있고, 토끼도 키우고, 어미닭과 병아리도 마당에서 모이먹고.”  아이에게 자근자근 어린시절 살던 모습을 설명하는 엄마는 어느덧 그리운 그때로 되돌아 간 듯한 표정이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의 표정에서 읽은 함평 나비축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였다. 농촌의 쾌적한 자연환경에 관람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 여기에 더해진 각종 체험마당은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창포물에 머리감기 체험장, 누에체험 학습장, 나비쌀 떡메치기, 미꾸자리 잡기 체험장 등 떠올리기만 해도 되돌아가고 싶은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은 관람객들이 다시 나비를 쫓아 함평을 찾게 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비가 사는 청정 자연환경이 보존된 함평군이었지만, 나비생태관에서는 탄생부터 소멸까지 나비의 일대기가 한눈에 펼쳐졌다.

축제가 열린 열흘동안 매일 2만마리의 나비가 투입됐다 하니 관람객의 발에 채여 생을 달리한 나비가 얼마만큼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지역주민들의 시선에서도 나비축제는 그리 희망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 함평 나비축제 현장에 선보인 지역 농산물은 관람객의 짧은 시선이 머물 뿐이었다.
농민의 소득과 직결되는 농산물 판매대도 그저 “모양새일 뿐”이란게 함평사랑군민연대 측의 설명이었다.  함평사랑 군민연대의 천병학(51)씨는 “축제 기간에 나올 수 있는 농산물은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나비축제가 전국에 ‘함평’을 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축제를 통해 지역민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과 주민들이 생산하는 품목을 축제에 접목시켜 군민들의 실익에 부합하는 축제를 기획해야 하지만 함평군은 이러한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비축제 예산 공개 문제로 군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함평사랑군민연대는 지역축제의 본래적 의미는 뒷전인 채 이벤트성으로만 머물고 있는 나비축제의 한계도 지적했다.  “지역 축제라는 것은 지역민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역민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 외지인이 자연스럽게 축제에 융화돼야 지속될 수 있는 축제인데, 나비축제는 지역민은 배제된 채 인기에만 부합하는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나비라는 허상만 쫓고 있다.” 

인구 4만에 고령인구 25%인 함평군. ‘나비=함평’이란 등식은 성공했지만, 지역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하지 못하고, 축제 이후에 집계되는 경제성이 지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과제를 안겨준채 막을 내렸다.

우수한 농산물, 축제로 알린다 
연자방아를 찧는 소를 탄 어린이의 표정이 기대에 찬 듯, 두려운 듯한 모습이지만 소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해 진다. 난생처음 소를 타보기 때문. 연자방아를 돌려 보리나 쌀의 겨를 벗겨 밥을 지어 먹었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 아니 굳이 경험이 없더라도 연자방아를 돌리는 누렁소 앞에선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또다른 곳은 생태 체험관. ‘손으로 만져보는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손을 가져다 댄 관람객은 “사람 살보다 부드러워요”라며 신기해 한다.  

▲ 청원 생명쌀 축제는 드넓게 펼쳐진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홍보하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지난달 22일부터 열려 14일 막을 내린 청원 생명쌀유채꽃 축제의 현장이다. 오창 산업단지내 15만평에 펼쳐진 유채꽃 밭에서 사진촬영에 한창인 가족·연인의 모습도 보인다.  축제는 지난 2004년, 청원군이 오창산업단지내 유휴부지에 ‘꽃동네 새동네 사업’의 하나로 유채꽃 씨를 뿌리면서 시작됐다.

아름다운 고장을 만들기 위해 뿌린 작은 씨앗이었지만, 이 작은 씨앗은 청원하면 ‘생명’이 연상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오창산업단지내 유채꽃의 활용방안에 고심하다 청원군에서 자체적으로 명품화 전략을 쓰고 있는 ‘생명쌀’과 결합시켜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홍보하는 발판으로 삼은 것. 여기에는 오창·오송지역이 IT산업의 메카인 동시에 바이오 산업단지라는 입지도 이미지 구축에 도움을 줬다. 

이렇게 기획된 생명쌀축제는 관 주도가 아닌, 민간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축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축제 추진위원회 남상현씨는 “축제의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의 기획사가 투자를 하고, 프로그램도 개발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공연과 전시, 문화행사가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축제 개최 이후 생명쌀은 계약재배 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금은 1천500ha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원군 새마을지회 주최, 대일기획 주관, 충청북도와 청원군이 후원하는 축제는 생명쌀 홍보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청원 생명쌀은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전국쌀 품질대상을 받은데 이어 2003·2005년에는 소비자 단체가 선정하는 ‘러브미’에 뽑혔다.

또 청와대와 국회, 감사원 등의 구내식당에 납품하는 등 대외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생명쌀 축제의 성공요인은 우수한 품질의 지역 농산물을 축제와 결합시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 과정이 농가소득으로 연결되는 데 있었다.  올해 3회째 개최되는 생명쌀 축제가 앞으로 지역민들과 어떻게 호흡해 나갈지 궁금해 진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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