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희만화가게
수희만화가게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3.04 00:00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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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서 '여자들만이 입장해 즐길 수 있는 곳'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자 목욕탕 말고는 딱히 없다. '옥천 최초의 여성 전용 업소' 항간에 무리를 일으켰던 호스트 바는 절대로 아니다. 세심한 눈길을 주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여성 전용 만화가게가 있다. 이름도 여성스러운 '수희 만화가게'다.

"처음에 여성 전용으로 전환할 때 많은 고민을 했죠,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 쉽게 판가름하기가 힘들었거든요." 수희 만화의 김동현(41) 사장 얘기다. 97년 6월 SK텔레콤 옆 건물 2층에 12평의 조그만 점포에서 시작한 만화가게였기에 만화 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남자 손님들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이 그리 쉽게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전용으로 전환한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 결정에 대해 후회는 없다는 김 사장.

"남자들이 없으니까 일단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구요. 무엇보다 제일 좋은 것은 담배 연기가 없다는 거예요. 다른 만화가게들은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옷하고 머리에 담배연기가 배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수희 만화가게의 단골 손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김윤정(24)씨의 평가다. 김씨의 설명을 듣고 다시 한 번 가게를 둘러보니, 테이블이 두 개 밖에 들어서지 못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었지만 깨끗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김씨는 덧붙여서 다른 점포들도 여성 전용 업소로의 전환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PC 게임방의 경우 괜찮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김 사장은 만화 대여업소를 사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대여업이 워낙 작은 돈을(대여로 300~400원, 구독료 200~300원) 모아야 하는 사업이기에 주업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따라서 만화가게의 운영은 김 사장의 부인인 김정옥(36)씨가 하고 있고, 김동현씨는 군북면에서 유선 중개 사업을 하고 있다. 수희 만화가게가 여성 전용 업소로 전환한 이후로 그전 매출과 비교할 때 큰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김사장은 미래를 내다본다. 지금까지는 아직 홍보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중.고생 손님이 주를 이루지만 홍보만 된다면 20~30대 여성들도 손님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동종의 경쟁업체가 우후 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독특한 아이템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고 있는 지금, 작은 매장에서 보여 준 작은 시도였지만 여성전용만화가게의 등장은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락처 : 733-6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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