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초 묘금분교장 마지막 졸업식
청성초 묘금분교장 마지막 졸업식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2000.02.26 00:00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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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동안 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신 학부모님, 지역인사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시작된 이은자 부장교사의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터진 울음은 결국 그동안 참고 있었던 전영이 청성초 교장과 역시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한 박철용 청성면장, 정구완 군의원의 눈시울까지 적시게 했다.

6학년 7명의 학생들, 일명 칠총사 중 백혈병 치료 때문에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한 김보선 양의 편지글 낭독 시간부터 청성초 묘금분교의 마지막 졸업식장은 아예 질펀하게 쏟아진 눈물로 장식된 `눈물의 축제장'이었다. 답사를 읽던 손연주 양이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참았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진 졸업식 노래와 교가 제창. 아이들은 우느라고 노래를 제대로 못한다.

아마도 마지막 졸업생까지 포함해 19명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하고 싶은 취미활동 하며 여느 아이들 못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학습환경을 가졌던 묘금분교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적어도 아이들은 묘금분교에 다니면서 가정의 어려움도 잊은 채 행복한 학교 생활을 했다.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 장애인 부모님들이라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형편에 처했던 아이들은 묘금분교에서는 기를 펴고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조건 속에서 생활했다.

이은자 부장교사를 비롯해 김윤희, 최병주 교사의 헌신적인 아이들 살피기가 빚어낸 작품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작품 공간 속을 떠나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옥천군 청년애향회에서 주최한 어린이 동요경진대회에 묘금분교 전체 어린이들이 참가했던 일. 동요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학교가 떠들썩해졌고, 이 시골 아이들이 자신감에 타올라 동요대회 만을 기다리며 연습에 열중했었다. 또 서예나 피아노, 컴퓨터 등의 취미활동을 자유자재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행복이었다.

지난 95년 묘금초가 분교가 되어 교감직이 없어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학교를 떠나야 했던 전영이 청성초 교장은 "아이들을 더 활달하고 공부 잘 하도록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다"며 "분교가 되어 떠날 때의 가슴아팠던 심정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본교인 청성초에 오면 더욱 잘해 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마지막, 마지막 하다가 졸업식에 참석하고 보니 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며 "본교에 가서도 똑똑하고 건강한 어린이가 되어달라"는 이병일 체육후원회장의 학부모 인사말이 식장을 휘돌았다. 지난 43년 개교한 묘금초등학교는 지금까지 51회(분교포함)에 걸쳐 1천90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졸업생수가 가장 많았던 1968년에는 학생수가 600명에 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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