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엔, 금강 굽이치고 뒷동산엔 참꽃”
“앞엔, 금강 굽이치고 뒷동산엔 참꽃”
[내고향 옥천] 군북면 막지리 출신 최창식 대한씨름협회장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6.03.17 00:00
  • 호수 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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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식씨

2월27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호텔 1층 로비에서부터 북적인 사람들은 행사장인 2층 복도까지 넘쳤다. KBS 한국방송 김동건 아나운서가 보이고, 평소 텔레비전을 통해 낯이 익은 얼굴들도 여럿 보인다.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선수 등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씨름 선수들이 보였고, 저마다 앉은 자리에선 이 선수들에 대한 하마평이 이어졌다.

대한씨름협회 제37대 회장 취임식이 열린 날. 지금은 군북면이지만 예전만 해도 안내면이었던 막지리 출신 최창식(68·서두통상 대표·한중친선협회 부회장)씨가 오늘 취임식의 주인공이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지만 빛나는 눈빛으로 보아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그랬다.

취임식에서 우리나라 씨름발전을 위해 씨름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씨름의 전국화·지방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그에게서 ‘단단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대한씨름협회의 발전을 기원했고, 이리저리 인사하느라 바쁜 그를 개인적으로 볼 틈이 없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그의 사무실에서 취임식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최 회장을 만나고 있는 순간에도 축하전화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다. 얘기를 길게 이끌 수 없는 분위기다. 지금은 수몰된 옛 군북초등학교에 대한 추억이 먼저 나왔다.

“내 고향은 막지리요. 지금은 군북면이지만 옛날에는 안내면이었잖아요. 군북초등학교가 수몰되기 전 함티에 있었어요.” 5학년 때까지만 다닌 학교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는 함티라는 지명이 더욱 정겹다. 

“앞에는 금강이 굽이쳐 흐르고, 뒷동산에는 참꽃이 정겹고 소쩍새 우는 곳입니다. 지금은 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이런 멋이 없어졌습니다만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향입니다.” 막지리 앞 모래사장과 자갈밭이 펼쳐진 정경을 풀어내는 눈가엔 어느새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난다.   

장고개를 통해 안내면 답양리로 넘어 다녔다. 답양리에서 고모가 가산양조장을 하고 계셨기에 이따금씩 장고개를 넘었다. 막지리 풍물패 상쇠를 했던 아버지 최경술씨에 대한 기억에 다다르자 자연스레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씨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김덕수씨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가 상쇠를 했단다. 1월쯤에 한 번 집을 비우면 봄이 지나고 5월이 돼야 돌아왔던 아버지였다. 그런 고향을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가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보은을 거쳐, 영동으로 전전했다.

영동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동중학교 시절부터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리며 혼자 벌어 생활하고 학비 대는 고학생 생활을 했다. 9남매의 맏이로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동생 다섯 명을 그의 손으로 결혼 시켰다.

이런 상황은 그가 험난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켜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일찍 사회를 알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각 고장을 찾아다니며 씨름을 한 씨름꾼이었다. 적어도 102장의 씨름 상장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송아지를 상품으로 타기도 했단다.

그는 82년부터 경기도 씨름협회, 83년 대한씨름협회 부회장으로 씨름행정에 관여한다. 민속씨름이 태동하고 씨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때부터 수천 년을 이어 온 씨름이 우리 민족의 전통으로, 우리나라의 국기가 돼야 하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씨름협회 부회장으로 활약하기 전에도 그는 고향을 찾아 모교인 군북초등학교 운동회 때 고교에 재학 중이던 이준희 장사 등을 초청, 주민들에게 씨름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두 단체로 나뉘어져 있는 씨름협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이를 씨름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씨름인들의 의견을 모으고, 대화합을 이뤄 하나로 통합된 씨름협회를 만드는 것이 그가 할 일이다.

씨름인의 수장으로서 그는 벌써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3월13일 경상북도 문경의 씨름협회장기대회를 비롯, 22일에는 안동 씨름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또 올해 9월22일, 23일에는 중국 다롄(대련)에서 씨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중친선협회 부회장인 그이기에 성립될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이제 씨름협회 수장으로, 자신의 여생을 내건 대화합의 씨름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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