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촬영 전문업체 '중앙기획'
비디오촬영 전문업체 '중앙기획'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2.19 00:00
  • 호수 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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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홈 비디오 카메라가 대중화되어서 큰 돈이 벌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어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오혁탁(39) 사장이 `중앙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비디오 촬영을 시작한 것은 이제 15년이 되어간다. 현재는 사진관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비디오 촬영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사장은 비디오 촬영과 편집만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오사장은 어려서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비디오 촬영이 좋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고가인 비디오카메라를 구경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친척집에서 몇 년간 일을 했지만 비디오촬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국은 고향인 동이로 내려오게 된 오사장은 어머니가 어렵게 구입해준 중고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된다. 그것이 지금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첫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촬영을 직업으로까지 갖게 된 것은 우연찮은 또 한번의 경험 때문이었다. 연습을 하기 위해 무턱대고 동이중학교 졸업식장에 가서 촬영을 하던 오사장을 발견한 한 아저씨가 자신의 아들 결혼식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다는 것. 당시에는 촬영을 하고 싶어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흔쾌히 응했으나, 첫 작업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실패로 돌아갔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신랑입장까지는 무사히 촬영을 했으나 신부입장에서 그만 넘어지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결혼식장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요. 안타까운 것은 부탁했던 그 아저씨가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난다는 거예요. 꼭 다시 한 번 뵙고 그때 제대로 못 찍어 드린 것을 지금이라도 다른 행사 있으면 다시 찍어 드리고 싶은데요. 옥천읍 가풍리에 사신다는 것만 언뜻 들었던 것 같은데..." 중앙기획의 오사장이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촬영,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편집. 요즘에는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오사장을 찾아와 대략적인 촬영기법과 기기 사용법을 배워서 촬영을 해오고 오사장에게 편집을 부탁한다는 것. 이렇게 해서 두 시간짜리 비디오를 편집하고 오사장이 받는 돈은 테이프 가격을 포함해서 2만원이다. 출장과 회갑은 각각 10만원, 20만원이지만 그것도 아르바이트생 일당과 테이프 값, 편집기계 감가상각비 등을 생각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특히 일이 주말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요즘은 경기도 안 좋아 더욱 힘들다는 오사장. 하지만 "현재의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어쩌면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어떤 것을 오사장은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처 : 731-9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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