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고향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청산면 지전리 출신 대전참여자치 시민연대 간사 백경원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6.03.03 00:00
  • 호수 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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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 지전리 출신 백경원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올바른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대전의 대표적인 엔지오(NGO)다. 활기가 넘치는 사무실엔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놀라운 활력을 지닌 백경원(대전 동구·25)씨가 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말을 하기엔 제가 아직 부족한 게 많구요. 힘들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아요.”

대학을 졸업한 후 첫 직장으로 지역 엔지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경원씨의 고향은 청산면 지전리다. 출향인 백경원씨는 지금 이웃 도시 대전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자신의 귀한 땀방울을 보태고 있다.

◆버스정류장 잃어버린 ‘조각’
경원씨는 고향인 청산면 지전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옥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옥천에서 자취를 했지만 집안에서 막내인 경원씨가 대전으로 대학을 가면서 가족이 모두 이사를 했다.

“명절에 가끔 고향에 가요. 친구들이 명절을 쇠러 고향에 오잖아요. 그 친구들 만나러 가요. 옥천에 있는 친구들은 대전에서 볼 때가 많고요.”

고향을 떠난 시간이 길지 않지만 간혹 가보는 청산면은 경원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불에 타버린 버스정류장은 안타깝다. 경원씨의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그 버스정류장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고향에서 떠나 있어서 항상 청산에 갈 때는 그 버스정류장에서 내렸거든요. 마치 관문처럼 제일 또렷하게 그려지는 곳인데 어느 날 가보니까 없어졌더라구요.”

사라진 버스정류장은 경원씨에게 상실감을 주었다. 고향을 찾았을 때 처음 맞닥뜨렸던 풍경이 없어지면서 조각 하나를 잃어 버려 엉켜버린 퍼즐처럼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렇게 찾아든 고향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이렇게 사람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예전에 어려서는 사람이 그정도로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구요. 제가 밤에만 주로 가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한 편으로는 떠나는 동네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해요.”

◆자랑스럽고 뿌듯한 고향 ‘옥천’
고향에 도착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면 옛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경원씨.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달렸던 논둑길의 모습은 지금도 손에 쥘 정도로 가까운 추억이다.

장날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청산 오일장터 부근도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옥천도서관과 공설운동장은 지금 경원씨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억의 장소다. 특히 옥천도서관은 자주 갔던 곳이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옥천에 살 때는 내 고향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도시에 대한 동경, 좀 더 크고 발전된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컸죠. 빨리 나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는데….”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근 대전에서 살면서 옥천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지역공동체 일구는 모습에 우쭐
작은 도시, 작은 마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었고 언론개혁이나 다양한 지역공동체를 일구려는 주민들의 소중한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괜히 우쭐해진다. 지역신문인 옥천신문에 대한 이야기도 경원씨는 빼놓지 않았다.

그래선지 대학에 다녔던 2003년 ‘조선일보 반대 전국대회’가 옥천에서 열렸을 때도 고향을 찾았다.

“그때 은사님이신 조만희 선생님이나 김성장 선생님도 뵈었죠. 근데, 김성장 선생님은 절 못 알아 보시더라구요.(웃음)"

경원씨는 ‘지용’으로 대표되는 옥천의 문화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덧붙였다. 옥천고등학교 졸업생인데 어떻게 ‘지용제’를 잊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와 함께. 지금도 고향엔 친구 가영이와 공주가 살고 있다. 간혹 대전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다.

“대전에서 옥천 사람은 물론이고, 옥천이라는 고장를 아는 사람만 만나도 기분이 좋아요. 가깝기는 하지만 조그만 시골동네인데 내 고향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옥천 얘기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나게 얘기하는 경원씨는 분명 고향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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