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연극동아리 '봄봄'
옥천고 연극동아리 '봄봄'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2.12 00:00
  • 호수 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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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라구! 꿈이면 내 곁에 머물러 주고 현실이라면 당장 내 곁에서 떠나라!" 고뇌하던 이수일(오명호 분)의 입에서 일갈이 터지자 관람석에서는 작은 탄성도 나오고 사이사이 '키득'거림도 나온다. 인터넷게임, 채팅, 힙합, 테크노를 좋아하는 N세대들에 의해 지난 9일 오후 5시 다시 관성회관 무대 위에 오른 고전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옥천고등학교 연극동아리 '봄봄'(회장 김중수)에서 졸업 작품으로 '이수일과 심순애'를 선보였다. 5회째를 맞는 이번 공연에는 모두 800여명의 관내 중.고생들이 모여들었다.

"첫 작품이었던 김유정의 봄봄 이후에 창작극과 패러디 형식의 극을 무대 위에 올렸는데, 이번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이수일과 심순애의 정통 대본을 가지고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커다란 다이아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김중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4기 기장 김중수 군의 얘기다. 아직은 어설프고 실수도 잦았지만 어수선하던 객석의 관람객을 무대에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한 실력이었다.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니까 별로 어려운 것은 없었는데요. 그래도 아쉬운 것은 여건상 2회공연을 못하고 1회로 마감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학창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넉살좋은 입담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심순애의 어머니 역할을 한 박소영 양은 짙은 분장 너머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번 공연은 수능을 마친 '봄봄'의 3학년생들이 연기자로 참여했고, 1, 2학년 학생들은 무대 소품과 진행을 도맡았다. 물론 졸업한 선배들의 도움도 컸다는 것이 회원들의 얘기.

"필요할 때 언제든지 우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청소년 수련관에 이런 작은 공연을 위한 소극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달 반 동안의 쉼 없는 노력 끝에 올려진 연극 팜플렛 첫머리에 회원들은 "일회용이 난무하는 혼란한 세태 속에서 진실이 잊혀져 가고 있는 지금 가공된 현실이지만 이수일과 심순애를 통해 삶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는 의미에서 이 작품을 준비했다"는 그들의 순수한 생각을 밝히고 있었다.

▲등장인물 △이수일(오명호) △심순애(오유리) △박상도(유요셉) △전대준(전원만) △김중배(김중수) △여인(이민정) △순애모(박소영) △변사(김태성) △순사(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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