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의원님, 옥천으로 오세요"
"정형근 의원님, 옥천으로 오세요"
오한흥 옥천신문 사장 정 의원 홈피에 초청장 올려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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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과 언론개혁의 성지로 유명한 충북 옥천에서 지역신문을 발간하는 오한흥(48) 사장이 정형근 의원 홈페이지(www.openjhk.com) 게시판에 정 의원을 옥천으로 초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옥천신문 오한흥 사장(아래사진)이 '저의 집으로 초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시점은 17일 오전. 그렇다면 오 사장이 초청장을 보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하루 전인 16일 밤에 KBS2에서 방영된 <추적60분> '정형근 고문 논란, 누가 거짓을 말하나'를 보고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오 사장은 "어제 방송에서 했던 진행자의 마지막 멘트를 기억하실 겁니다. 둘(양홍관과 정형근) 중에 하나는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말 말입니다"라고 언급한 뒤 "지금 이 시간 정 의원님의 양심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아니 어쩌면 정 의원님 스스로도 듣지 못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내면의 소리라고는 하나 이 소리는 꾸준한 훈련 없이는 귀머거리가 되거나 심하면 아예 소리샘이 메말라버리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더군요." 

내면의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정서가 메말랐을 지도 모를 정 의원에 대한 연민의 심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 
   
오 사장은 "우리 집 뒤편으로 약 3시간 거리의 가벼운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면서 "누추하나마 꼭 저의 집을 방문해서 밤길도 한번 걸어보고 정 의원님 내면의 소리가 아직도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기울여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글을 끝맺었다. 
   
오 사장은 정 의원이 옥천을 방문하면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참고로 오한흥 사장의 글은 17일 오후 10시 15분 현재 조회수 527회를 기록하고 있다. 제목 옆에는 'HOT'라는 표시가 깜빡이고 있었다. 
   
다음은 오한흥 사장이 '저의 집으로 초청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전문이다. 
   
자유게시판에 올리는 글까지도 회원 가입을 전제로 한다는 건 제 경험엔 아주 드문 일입니다. 어제 방영된 추적60분을 보고 나서 정 의원님께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오늘 처음 정 의원님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지금 막 회원가입을 마치고 인사를 여쭙니다. 
   
안녕하시냐는 상투적인 인사는 생략하겠습니다. 제 느낌이 맞는다면 지금 정 의원님의 심기가 어떨지는 대충 짐작이 가거든요. 이런 쪽에 제 감각은 살아 온 경륜으로나 해온 일의 크기로 볼 때 정 의원님의 그것에 비할 바는 못되겠으나 그래도 제법 쓸만하다는 자부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 미리 말씀드리고 간략하게 제 소개를 할까 합니다. 
   
저는 충북 옥천에서 작은 풀뿌리 소식지 옥천신문에 몸담고 있는, 올해로 마흔 여덟이 되는 오한흥이라는 사람입니다. 인사가 너저분하게 됐습니다. 양해하시고 잠깐만 제 얘기에 귀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길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했던 진행자의 마지막 멘트를 기억하실 겁니다. 둘(양홍관과 정형근) 중에 하나는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말 말입니다. 너무나 정확해서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얘기 아닙니까? 
   
지금 이 시간 정 의원님의 양심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니 어쩌면 정 의원님 스스로도 듣지 못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내면의 소리라고는 하나 이 소리는 꾸준한 훈련 없이는 귀머거리가 되거나 심하면 아예 소리샘이 메말라버리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더군요. 정 의원님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구요. 제 얘기의 요지는 평상시 훈련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겁니다. 
   
하여 제가 감히 권하며 또 초청합니다. 시골에 터를 잡은 저의 집 뒤편으로 약 3시간 거리의 가벼운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습니다. 제 경우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로 밤에, 그것도 혼자 걷는 맛을 자주 만끽하는 그런 코스랍니다. 
   
바쁘시기도 하고, 제 짐작이 맞는다면 지금쯤 심사가 영 엉망일 정 의원께 이 길을 권합니다. 오신다면 몇 일 정도의 숙식은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며…. 
   
누추하나마 꼭 저의 집을 방문해서 밤길도 한번 걸어보고 정 의원님 내면의 소리가 아직도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기울여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며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늘 행복하세여?
 
 

오한흥 사장의 자택 풍경
  "밤 되면 풀벌레 소리의 향연 대단" 
   
기자는 4년 전 오한흥 사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그 기사의 제목은 "이문열씨는 옥천에 와서 배워야"(오마이뉴스 2001년 9월 4일자)였다. 그 기사 중에서 오 사장 자택과 마을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장면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안터마을은 37가구가 모여 사는 자연부락. 마을 한가운데로 난 구불구불한 고샅길 오르막을 지나면 둔덕 위에 오 국장의 집이 있다. 텃밭에선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고추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집 주변에는 배나무, 대추나무, 복숭아나무, 백일홍, 나팔꽃, 코스모스 등 나무와 화초가 지천이었다. 집에 들어선 오 국장은 마당 한 구석에 있는 귤나무와 동백나무에 물부터 뿌려주었다. (사진= 옥천신문 조주현) 
   
"옆 사무실 개소식 때 귤나무 화분이 들어왔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는지 죽어갔다. 버리겠다는 것을 내가 가져다가 마당에 심었더니 이렇게 다시 살아났다. 이 작은 동백나무는 <남해신문> 한관호 사장이 선물한 것이고…." 
   
8월의 마지막 날 늦은 오후는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듯했다. 넋을 잃은 채 실개천 지줄대는 산천을 바라보던 오한흥 국장이 다시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밤이 되면 풀벌레 소리의 향연이 대단하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꿀 같은 잠에 빠진다. 매일 듣는 소리이지만 같은 연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자연사든 세상사든 무변한 것이나 무상한 것은 없다. 조선일보라고 별 수 있겠나. 모든 존재는 생로병사의 운명을 겪게 된다. 자연의 이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아무 것도 없다. 조선일보도 이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바로 이러한 깨달음들이 옥천 사람들이 재미있고 낙관적으로 조선일보 추방운동을 할 수 있는 저력이다." 
   
   
-안티조선 운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무진장 많다. 나는 옥천에서 조선일보가 사라질 때까지 술을 끊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양조장 사장님껜 미안하지만 술값 안나가서 좋고, 심신이 맑아져서 좋다. 덩달아 가정도 화목해졌다. 전국의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내가 얻은 것 중의 하나다. 지난 1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옥천을 다녀갔다. 그분들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이 운동을 하면서 얻을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 운동을 지속시켜갈 방법은 무엇인가?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나는 이 운동을 통해 나의 주체를 세울 수 있었다."
  
2005년02월18일 ⓒ민중의 소리/정지환 기자 / 시민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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