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구대, 승진시험 합격의 요람?
[기자의 눈] 지구대, 승진시험 합격의 요람?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6.02.03 00:00
  • 호수 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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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병역을 마치고 대학 졸업을 앞둔 평범한 20대 후반의 청년이다. A씨의 목표는 공무원시험 합격, 공무원시험 중에서도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독립도 가능할 전망이고, 여러 가지로 다른 분야 공직보다 좋을 것 같아요. 순경시험 합격하고 승진시험공부 열심히 하면 앞으로는 4∼5년 안으로도 경위진급이 가능하다니까 개인시간 여유가 많은 지구대 같은 곳에 근무하며 공부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A씨의 목표는 확고하다. 비록 경찰대학을 나오거나 경찰간부시험을 통해 간부(경찰은 보통 경위 이상을 간부로 분류한다)로 경찰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30대 초반에는 경위까지 승진하겠다는 포부는 변함없다. 지난 27일 경찰승진시험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29%에 이르는 높은 합격률도 여전했고 올해는 고시합격에 버금간다는 경정승진합격자까지 옥천경찰서에서 배출됐다. 이쯤 되다보니 우리지역의 소식을 다루는 언론들도 옥천서의 분위기를 잔칫집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진시험 합격자 발표 후 찾아간 경찰서의 분위기는 잔칫집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했다.

예년과 변함없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합격자의 지구대편중현상이 그것이다. 승진시험합격자 9명 중 경찰서 근무자는 단 3명, 경정합격자를 제외하면 순경급 경찰관 2명만이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지난해 7명 합격자 중 2명이 경찰서 근무경관인 점을 떠올리면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앞서 A씨의 사례에서 보듯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조차 지구대를 ‘승진시험합격’의 요람으로 기대하는 상황에서 승진시험의 이 같은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유능한 경찰관이 부서별로 고르게 안배되는 것이 주민의 치안서비스 만족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계급이 능력을 말한다는 수직적 조직사회에서 공부할 시간도 없고 산더미 같은 일거리가 쏟아지는 부서(수사, 정보 등이 대표적이다)에서 만년 똑같이 생긴 계급장을 달고 지내기를 자청하는 경관을 기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지구대(파출소), 수사과, 민원실, 정보과 모든 부서가 똑같이 중요하다. 젊고 유능한 경찰관들이 어느 부서를 막론하고 진급의 소외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은 우리지역과 나아가 우리사회의 치안서비스 만족도와 직결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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