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고향에 돌아가 살아야죠”
“당연히 고향에 돌아가 살아야죠”
[내고향 옥천] 안남면 연주리 출신 김영화 대덕구 보건행정과장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6.01.27 00:00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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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씨
 “당연히 고향에 돌아가 살아야죠.”

‘내 고향 옥천’에 소개되는 출향인 들에게 항상 묻는 말 중 하나가 노후에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 있는 지다.

흔한 질문이지만 애틋한 고향에 대해 한참 얘기를 나눈 끝이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그 질문에 김영화(55·대덕구 보건소 보건행정과장)씨 만큼 즉각적이고 명쾌하게 대답하는 사람도 쉽게 보지 못했다.

“저는 처음부터 고향을 지키면서 살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75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해서 청산면과 안남면 등에서 근무를 했죠. 근데 80년대부터 집사람이 계속 꼬시더라구요. 삼남매가 크면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교도 가야 할 텐데. 그 때 대전에다 집을 얻어줄 만큼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잖냐구.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대전으로 옮기게 됐죠.(허허)”

그러니 노후에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바로 대답할 수 있을 만큼 당연한 얘기다. 김영화씨는 지난 1990년, 행정자치부에서 시행한 지방공무원 교류 프로그램에 의해 대전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고향을 떠났다.

마흔 살 무렵이니 어릴 적 유학을 가거나 학업을 끝마치고 직장을 잡으면서 떠난 사람들과 비교할 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고향을 떠난 햇수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고향 인심 세상을 다 가진 듯
김영화씨는 지금도 고향에 갈 일이 있으면 대전으로 이사 올 때 팔고 나온 집에 들른다. 당시에는 전세금이라도 보탤 생각으로 팔았는데 조금 후회가 된다. 태어나서 자란 집이니 남다르기도 하다.

“독락정이 있는 금강 변이나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에서 놀던 때가 많이 생각나요. 연세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조주관(노어노문학) 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네 집이 개울 건너편이었거든요. 집 앞에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도 있었구요. 그 그늘 밑에서 자주 놀았어요.”

지금은 그 친구네 집도, 집 앞 아카시아 나무도 모두 사라지고 평평한 논으로 경지정리가 되었지만 그 때의 추억만큼은 그 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공간에 대한 추억은 최중근이라는 친구와 함께 안내중학교를 다니던 기억으로 이어진다.

“주관이, 중근이랑 같이 학교를 다녔거든요. 아침마다 일어나면 산을 넘어 다녔죠. 하루에 버스도 두 대 정도밖에 안다녔고, 산을 넘어가면 조금 빠르게 갈 수 있었거든요. 그 때 열심히 내달리면서 단련된 하체가 나중에 사회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힘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김영화씨는 추억하는 것만으로 고향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각종 향우회 뿐만 아니라 안남초등학교와 안내중학교 동창회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고향에 직접 다녀오는 일이 많다. 고향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 위친계를 하는 덕이기도 하다. 지난 1월1일에도 위친계를 하러 고향에 다녀왔다.

“송정마을에 이모가 계시거든요. 간 김에 인사나 드리려고 갔더니 마침 마을 뒤편에서 삼겹살 잔치가 벌어졌더라구요. 어른들이 옛날 ‘김 서기 왔다’고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 주시는 술 다 받아 마시고 한 잔씩 올리다가 많이 취했죠.”

간혹 찾아가는 고향에서 그리도 반갑게 맞아주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하다. 그래서 고향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푸근해진다. 어떤 힘든 일이라도 고향에 돌아가면 다 해결될 것 같은 든든함은 지금의 생활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고향, 좋은 풍습 이어갔으면…
대전으로 오면서 처음 회덕동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김영화씨는 대덕구청에서 근무할 때 대청호마라톤대회와 계족산마라톤대회를 전국규모의 대회로 성장시키는데 주역을 맡았다.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던 인터넷 참가접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굵직한 성과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신탄진 벚꽃 축제와 동춘당 축제 등을 맡아 낮밤 구별 못하고 일하느라 정신없던 시절이다.

지금은 사무관으로 승진해 회덕동장을 지낸 후 대덕구보건소에서 보건행정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유동창 동이면장이 함께 공직생활을 시작한 친구며, 최중근, 주영호, 민형기, 황용석씨 등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다.

“고향을 지키지 못하고 지금은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미안하지만 고향 잘 지켜주고 어른 공경하는 마을의 좋은 풍습을 계속 이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구요.”

김영화씨는 안남초 29회, 안내중 14회 졸업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내 임영희(51)씨와의 사이에 2녀 1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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