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그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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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읽기
  • 조주현 yakdol@okinews.com
  • 승인 2000.01.29 00:00
  • 호수 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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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그림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그림속에도 많은 숨은 의미들을 찾아낼수 있다. 특히 이와같은 현상은 음절의 뜻이 내포된 한문과 함께 쓰이면서 서민들에게 애용되어 졌던 민화와 동양화에서 자주 나타난다..

위의 그림은 변상벽이 그린 고양이 그림은로 한국적으로 표현된 좋은 예이다. 고양이를 잘 그려서 변고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가 중국 그림과는 달리 참새를 기쁨으로 표현하였다. 참새 작(雀)과 까치 작(鵲)의 독음이 같은 것을 이용, 기쁨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중국 그림에도 참새 종류가 기쁨을 뜻하는 일이 있지만, 이때는 반드시 노랑색 새로 그려진다. 노란 참새인 황작(黃雀)이 환(歡)과 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변상벽의 이 그림도 위의 예를 제외하고도 상당히 이상한 부분이 많다.

고양이가 나무등걸에 오르면 가지에 앉아 있던 여섯 마리의 참새가 날아가기는커녕 고양이를 아랑곳도 하지 앉는다. 더욱 이상한 점은 고양이가 참새를 잡을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 화면에 서로가 무관심하게 그려진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원래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뜻한다. 고양이 묘(描)가 70세 노인이라는 뜻의 노( )와 중국에서는 독음이 같기 때문이다. 변상벽은 결국 70세를 맞은 분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결국 참새대신 원칙적으로는 까치를 그려야 맞지만 조형상 크기 등을 고려해 참새를 그려넣은 것이다. 이것이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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