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하나하나를 떼고 다듬고 하는 과정에 할머니들까지 합세했다. 점심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경로당에 나와서 함께 보리밥을 해먹고 가끔은 돼지머리를 사다가 삶아먹기도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재현하고 나섰다. "공연히 앉아 담배만 피우며 놀기만 하면 뭐 합니까? 우리가 잘해야 젊은이들도 잘하고 본보기가 될 것 아니예요. 죽을 때까지 잘해 나가자고 서로들 마음을 먹었어요" 최철기(68) 노인회장이 빗자루 엮기 시작한 계기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열흘 전부터 대 빗자루를 엮기 시작했고 26일 맨 싸리비까지 하면 모두 200여자루. 이 빗자루를 일단 29일 군에 기증해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마련한 마을회관 및 경로당이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겨울 보금자리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나 뜻있는 이들의 성금에 십시일반 누구라 할 것 없이 조금씩 보태고 돈이 아니면 쌀과 음식으로,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가 경로당에 필요한 무언가를 갖다 놓기가 바빴다. 그래서 마련된 기금 중에서 노인들 음악 듣고 운동도 하라고 자체적으로 오디오도 장만했다. 마을에서 경로당에 마련해줘야 할 목록 중 하나를 스스로 해결한 셈이 되었다. `마을에 모아놓은 기금도 없고 젊은이들에게 손 벌리기도 싫고'해서 마련한 것이다.
10원짜리 화투놀이를 해도 개인이 돈을 가져가지 않고 기금으로 차곡차곡 모으는 저금통을 만들었다. 경로당 벽에는 지난해 결산서와 물품 및 금품 기증자 명단, 지난 18일 가졌던 경로잔치에 대해 노인들의 의견을 묻는 벽보로 채워져 있다. "어른들 생각이 너무 고맙고 마을이 화합하고 단결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보수나 보상은 상관없이 겨울에 노인들께서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적당한 일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강수배(34) 이장은 마을 어른들의 모습에서 `먼저 세상을 산 어른들의 지혜로움'을 보고 있다. 만월리 노인들의 빗자루 엮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73호 만월리 사람들의 마음으로 함께 엮는 올해의 빗자루가 더욱 값져 보였다.
저작권자 © 옥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