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방치되는 아이들, 방관하는 학교
[기자의 눈] 방치되는 아이들, 방관하는 학교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12.16 00:00
  • 호수 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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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초 아이들 74명(보건소가 파악한 최종 인원)이 이틀(11월23,24일)에 걸쳐 구토와 설사를 했다. 그런데 보건소와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병원에서 채취된 가검물을 검사한 결과, ‘원인 불명’이란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은 없다. 학교는 발 빠르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그 질병과 학교와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겉으로 이렇게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 완벽한 ‘X파일’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상황보고 시간’이다. 군 보건소는 24일 낮 12시30분에 장내과에서 첫 보고를 받았고, 오후 1시30분에 중앙의원에서 두 번째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삼양초로 출동을 했다.  하지만, 군 보건소는 교육청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삼양초에서 교육청에 연락한 시각은 오전 10시30분 정도, 하지만 교육청은 보건소에 연락하지 않았다. 상황 파악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것은 ‘원인불명’이란 결과의 중요한 단초가 됐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아찔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 

보건소 관계자는 “만일 이번에 발생한 것이 전염병이었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대량발병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또, 연락을 가능한 한 빨리 했더라면 원인 균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많이 지난 가검물에서 원인균을 찾아내기란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결과는 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정황상 충분히 학교에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가질 수 있는 사안임에도,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 2천여명에 보건교사 1명인 열악한 학교의 현실과 교육청의 상황보고 지연 등을 볼 때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의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옥천여중의 한 학생이 전치4주(갈비뼈 골절)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2일과 3일, 동급생들의 연이은 구타로 인한 것이다. 이 사안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7명이 한 사람을 때리는 데 교대로 가담했다는 것, 그리고 학교 안에서 일과시간 안에 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담배 핀 것을 선생님에게 고자질해서, 또, 욕을 해서 그랬다는 등 그 원인에 대해서는 분분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은 학교 안에서 조차, 더구나 일과시간에도 학교생활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피해학생은 금요일 방과 후에 한 초등학교에서, 토요일 수업 시작 전, 쉬는 시간, 방과 후에 세 차례 맞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학교는 학생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겨우 사태 파악을 했다. 피해 학부모는 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이 사안에 대해 수사 중에 있다.

아직 입원 중인 학생을 위로하러 온 친구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제법 심각하고 진지한 말을 했다. ‘학교는 더 이상 안전 지역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선생님이 적어도 자기 반 학생들이 하교할 때까지 있어주면 좋겠다는 것’, ‘형식적인 고민 상담보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등 나름대로의 학교에 대한 판단과 소박한 바람을 내 보였다.

한 교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있었는데도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막지 않은)아이들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학생과 교사들 간에 깨어진 신뢰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학교는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까지 번졌다’는 무감각한 인식으로 사안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어떤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바깥에 알려지는 것만 쉬쉬할 뿐이다.  학생들은 단지 선생님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 뿐이었다. 이런 아이들의 바람을 학교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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