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빛 잃은 복지관 일일호프
[기자의 눈] 빛 잃은 복지관 일일호프
  • 류영우 기자 ywryu@okinews.com
  • 승인 2005.12.16 00:00
  • 호수 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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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은 9일 중증장애인 자립생활터전 마련 및 독거노인 겨울나기를 위한 사랑나눔 일일호프 및 찻집을 열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참가해야 할 이웃돕기 행사가 과도한 후원금 모금행사로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은 지난 9일 ‘사랑나눔 일일호프 및 찻집’ 행사를 열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터전 마련 및 독거노인 겨울나기란 취지로 포장됐지만 이번 행사는 무리한 티켓 판매와 강압적인 모금행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단체장은 “지난해의 경우 첫 행사이고 장애인들을 위한 차량구입이라는 취지도 좋아 회원들의 참가를 독려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의 경우 복지관 직원들이 무리하게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는 회원들의 많은 항의를 받았고, 또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티켓을 판매하는가 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의 티켓을 판매하려고 해 주민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티켓 판매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옥천읍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행사 취지도 좋고 해서 두 어장 놓고 가라고 한 것이 10장을 넘어섰다”며 “좋은 행사라고 하더라도 대여섯 명의 복지관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티켓 판매를 강요하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부담이지만 행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복지관 직원들에게 적게는 70장, 많게는 300장의 티켓이 주어지면서 아름다운 기부문화는 그 빛을 잃었다. 직원들조차 “하루 몇 만원씩 벌어들이는 시장상인들에게 돈 만원씩 뜯어내는 소위 앵벌이에 나서면서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년 동안 많은 일을 하면서 얻어낸 좋은 이미지를 일일호프 단 한 번으로 잃어버리게 됐다”는 반응이다.

아무튼 이번 일일 호프를 통해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은 목표액인 3천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3천여만원의 후원금과 함께 복지관은 무리한 티켓 판매와 강압적인 모금행사라는 주민들의 비난까지 얻게 됐다. 이런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복지관 관계자는 “후원금 모금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이 성숙되지 않아서”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모금행사는 누구에게든 부담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며 모금액이 다소 적더라도 자발적 참여라는 후원금의 과정상 원칙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주민들은 물론 직원들조차 이처럼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금행사라면 차라리 포기를 권하고 싶다.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고,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면 주민들의 쌈지 돈을 뜯어내지 말고 사업계획서를 세워 군비를 확보,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추진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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