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예술 문화 강좌
청소년 예술 문화 강좌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1.22 00:00
  • 호수 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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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옥천고등학교 신동인 교사와 한국민예총 옥천지부(지회장 신동인)에서 마련한 2000년 청소년 예술 문화 강좌 중 `작가와의 대화반'에서 강좌를 듣고 있는 학생들은 영동 양산면 호탄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76년 「우리들을 위하여」라는 첫 시집을 낸 이후 「작은 마을에서」 「겨울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등 4권의 시집을 발표하고, 98년 5월부터 호탄리에 살고 있는 최하림(60) 시인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정지용 시인 말고 옥천출신 문학인이 누가 있죠? 영동에는 꽤 있는 것 같은데..." 간단한 인사와 소개가 오간 후 최 시인이 던진 첫 질문에 고 류승규 선생과 이은방 시조시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음, 시를 많이 써봤네, 잘 썼어. 시를 쓰는 솜씨가 있어. 하지만 너무 어려서 자기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 자칫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막을 수도 있고, 장점은 뒤에 항상 약점이 될 수 있어. 하지만 약점은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많은 책을 읽고 흉내도 내보는 것이 좋을거야..."

함께 간 옥천고등학교 문학동아리 '할'의 유병록 군이 수줍게 내 놓은 시를 읽은 후 던진 최 시인의 평가다. 아이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최 시인의 입 밖으로 던져지는 말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때론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말들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마저 엿보였다. "시는 돈이 되지 않아. 그것은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업종으로 설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돈이 안된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키워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문학'은 60이 되어버린 시인과 `시'와 `소설'을 꿈꾸고 있는 10대들의 가슴에 작은 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나 질문할 것 있었는데, 못했어." "아! 사인을 받았어야 되는데." "사인은 나중에 네가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 때 너의 작품을 드리면서 받는 거야. 그게 더 멋있잖아." "너무 좋았죠.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인 앞에서 얌전하게 앉아 조용조용 얘기하던 학생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험의 흥분을 돌아오는 차에 타자 쏟아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이라 여러가지로 미숙한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문제점들을 보완에 더욱 알찬 문화 강좌들을 개설하고 가능하다면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신동인 민예총 옥천 지회장의 말이다. 음악, 미술, 문학 부분에서 3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해 진행된 `청소년 예술 문화 강좌'는 발전시켜 나가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겨 놓았지만 지역인에게 폭 넓은 문화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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