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윗분' 의중에 놀아나는 열린행정
[기자의눈] '윗분' 의중에 놀아나는 열린행정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5.12.09 00:00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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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와 관련한 옥천군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계속되면서 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옥천군이 ‘비공개’를 결정한 행정정보에 대해 살펴보겠다.

우선 본사가 정보공개를 요청한 ‘옥천군의 관성환경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 지난 10월 관성환경에 소속된 환경미화원들이 옥천군의 생활폐기물수거업자 공개경쟁입찰방침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할 무렵 지역정가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관성환경의 수입금 중 일부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에 출마한 모 후보에게 유입됐다’는 것이다. 본사는 이 소문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치단체사무 위탁업체에 대한 담당부서의 감사결과를 확인하기로 결정했고 해당정보의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군은 이 정보가 단체 또는 개인의 영업상 비밀과 관련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현재 경찰이 이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확인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소문의 진위는 조만간 밝혀질 전망이다. 또 다른 비공개 사례는 군서면 레미콘반대 비대위가 공개를 요구한 ‘(주)현암 설계변경 내용 및 주무부서의견서류 일체’ 건이다.

비대위는 현재 진행 중인 사정리 레미콘공장의 건설공사가 애초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설계가 변경된 내용과 옥천군이 이를 허가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군은 비대위가 지난달 24일자로 법원에 레미콘공장 허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송중’인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9조에서 ‘진행중인 재판에 관한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 정보가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한정됨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결국 ‘공장의 설계변경 내용과 이를 허가한 공무원의 의견을 담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재판의 진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피고인인 옥천군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옥천군의 입장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삼류 희극이지만, 달리 보면 국회가 재정한 정보공개법이 자치단체에 의해 턱없는 모멸을 당하는 비극적인 현장이다.

윗물인 군수가 앞장서서 정부의 모든 지침을 무시하며 자발적 업무추진비공개를 외면하는데 아랫물이 감히 투명한 행정을 추구할리는 만무하다. 두려운 것은 오직 자치단체장 한 사람 뿐, 여론의 질타와 주민의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 없는 공무원들이다.

그까짓 정보공개법을 내 맘, 윗분 의중에 따라 해석하는 일이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흐려진 아랫물을 모든 주민이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깨끗하고 맑은 물로 바꾸는 일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주민스스로 깨끗한 윗물을 찾아 붓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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