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치지 않는 옥천'
'삐치지 않는 옥천'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0.01.08 00:00
  • 호수 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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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누구 삐쳤데요' 어릴 적 자주 듣기도 하고 실제로 해 본 경험이 있는 말이다. 삐친다는 것은 사전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처럼 `삐쳤다'고 다시 놀리는 것을 보면 삐치는 일이 어린 눈에도 좋게 비쳐지진 않았던 모양이다. 마음이 상해 토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이 말은 나이가 들어 어린시절을 회상한다면 추억어린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삐치는 일은 그다지 우려할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그 분위기에 잠시나마 서먹 서먹함을 주기는 하겠지만 이들이 자라서 때론 추억이 되기도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행위로 인해 지극히 감정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의 폐단을 배울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든 사람이라든가,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삐치는 일이 잦다면 이는 정말 한심스런 일이다.

더구나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윗사람이 이런 처신을 일삼는다면 이 조직은 한 마디로 볼 장 다 본 조직이다. 어른이나 공인들은 아이들에 비해 힘이 있고 미치는 범위가 넓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일에 대해 삐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삐치고, 토라지는 리더와 하는 일에 어떤 기대를 한다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공적인 일에 있어서야 두 말하면 잔소리다. 우리 주위에 삐치는 어른은 없는가. 자주 토라지는 공인은 없는가 돌아 볼 일이다. 새해엔 `삐치지 않는 옥천'을 만들어 보자. 건전한 토론문화가 살아숨쉬는 옥천을 가꾸어 보자. 내 생각과 다른 상대가 있다면 만나서 충분히 들어보고 밤을 새워 격론을 벌여보자.

상가에서 밤을 하얗게 지새며 고스톱을 치고,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며, 당선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강행군한 체력이 있지 않은가.그리고 우리고장 리더들을 대상으로 누가 가장 잘 삐치는가 순위도 메기고 여론으로 올려보자. 잘 삐치는 공인이 있다면 이는 틀림없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어제 밤에 누구 누구가 어찌 어찌한 일로 삐쳤데요" 음을 붙여가며 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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