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태양도시 혁명' 꿈꾸는 빛고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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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로 청정 옥천 어떻게 만들 것인가 (6) … 빛고을 광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보다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11.04 00:00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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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글싣는 순서

   1회:옥천의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문제점
   2회:신재생에너지, 석학에게 듣는다
   3회:신재생에너지의 산실 독일 리포트(1)
   4회:신재생에너지의 산실 독일 리포트(2)
   5회:신재생에너지 박람회, 진해를 가다
▶6회:빛고을 광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보다
   7회:차세대 연료, 현실과의 접목은?
   8회:옥천에서 신재생에너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사물에는 그에 가장 합당한 이름이 있다는 정명법이 들어맞았던지. ‘빛 광’자에 ‘고을 주’자를 쓴 빛고을 광주는 그 이름 그대로 ‘태양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이름만 쫓아가는 어리석은 짓은 아니었다.

광주는 ‘태양’을 아주 깊이 고민했다. 화석에너지의 고갈에 대해, 화석에너지로 인한 지구 환경 오염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실천들을 어떻게 해야 하고, 자치단체의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지 지혜롭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한 지혜와 실천의 퇴적물들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광주는 국내 자치단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고 내실을 기한 모범적인 신재생에너지도시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신재생에너지를 특화시키는 것이 아닌 교육, 문화, 복지, 교통, 경제, 건축 등 각 부문에서의 전체적인 체질개선이었다. 그것은 광주가 화석에너지로 오염된 각 부문을 뼛속까지 바꿔나가려는 노력이었다.

◆국내 최초 태양에너지 조례 제정
2004년 7월1일, 광주광역시 의회 제132회 임시회에서 의결된 광주광역시태양에너지도시조례는 공포됐다. 제1조 목적을 살펴보자.

“이 조례는 에너지 절약형 선진도시를 만들기 위한 광주광역시, 지역주민, 사업자 등의 책무와 협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시스템 구축.’ 이것은 각 부문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꿔나간다는 자치단체의 의지이다. 제10조 태양에너지 도시조성계획을 살펴보자.

“시장은 지역 내 자연환경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는 지역차원의 지역에너지 계획으로서 태양에너지도시 조성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도시계획에 포함되는 사항은 이렇다. △에너지 수급 추이와 전망 △소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책 △에너지 절약방안 수립 및 에너지 이용 효율화 시설 확대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보급확대 계획 △에너지 이용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감소를 위한 대책 △지속가능한 에너지 이용을 위한 대책 △미활용 에너지원을 개발, 이용하기 위한 대책.

그리고 제2절에는 에너지 부문별 시책이 나온다. 산업, 수송, 건물, 공공 부문으로 세분화됐다. 여기서 재밌는 것 한 가지, 공공기관의 관용차량을 구입할 경우, 경차를 구입토록 명시돼 있다. 공공부문에서 에너지 절약을 솔선하겠다는 의지다.

주목해서 볼 부문도 있다. 바로 제22조에 명시된 건물 인증서 발급이다. 시는 관할구역 내에 신축되거나 증,개축되는 건물 중 신,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거나 일반 건물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20%이상 절감될 수 있다고 인정될 경우, 등급별로 1,2,3등급으로 판정한다. 이 인증서는 광주 광역시내에서 부동산 거래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2006년 1월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유럽에서 ‘에너지 패스’라는 건축물 에너지 등급제도를 광주에서는 이미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는 19조에서 태양에너지도시임을 자신있게 선언했다.
 
◆광주시의 에너지 팀 조직체계
광주시가 이런 조례까지 만들게 된 동력의 핵심에는 ‘에너지 관리팀’이 있다. 이 에너지 관리팀에는 △태양에너지 건설담당 △신재생에너지 담당 △지역에너지 사업담당 △에너지 전략보급 담당 △석유, 가스, 전기 담당 등 5개 담당이 있는데, 5개 담당 중 4개가 신재생에너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조직의 구성 자체가 신재생에너지에 치중해 짜여 졌고, 이 조직에서 광주시를 태양에너지도시로 디자인한 것이다.

“광주는 2011년까지 에너지 사용예상량의 8%를 절감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예상배출량의 20%인 70만톤을 감축할 예정입니다. 또, 신에너지 실증연구단지 2개소를 조성하고, 자전거 도로 160Km, 그린빌리지 9개소, 태양광 23Mw 등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내년 10월에는 조선대학교 내에 솔라시티센터를 건설해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만들고, 태양에너지도시를 만드는 브레인 구실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장황하게 태양에너지도시 광주의 청사진을 소개한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광주광역시 석유, 가스, 전기업무를 담당하는 박준식씨였다. 그는 광주가 이렇게 나아가는 이유에 대해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지속가능한 환경 친화적 선진도시를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살만한 고장을 물려주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그는 솔직히 예산을 제일 많이 가져다 쓰면서 보여주는 게 별로 없다고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눈칫밥도 먹지만,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역에 맞는 신재생에너지를 찾아 전 부문에서 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으면 어느 자치단체 건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것은 세계적인 대세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 바로 실천해야 합니다.”

에너지 관리팀은 광주시 전역에 현재 설치된 82개소 1.1Mw의 솔라맵을 만들어 각 주민들에게 보급했다. 태양광과 태양열이 설치된 82개소를 살펴보면, 용진육아원 및 본량어린이집부터 오룡초, 송광중, 전남고 등 각 초중고와 조선대, 광주여대, 호남대 등 대학 시설, 교도소 및 청소년 수련관, 재활원, 각 마을 개인 주택, LPG충전소까지 지역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을 볼 수 있을 만큼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향등마을 전기요금 한 달 ‘370원’
마을 전 가구가 태양광발전(134.4kW)을 설치한 광주 남구 행암동 향등 마을(64가구)은 거의 대부분이 전기세 기본요금을 낸다. 한 달 전기요금이 370원(100kWh 이하 기본요금)이다.

지난해 12월에 각 가구당 2.1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시설을 설치했다.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각 가구당 발전시설 설치비의 총액의 30%인 600여 만 원을 목돈으로 내야 했지만, 이 곳 주민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이웃마을에 부러움을 자아냈다. 매 달 전기세 요금이 기본요금밖에 안 나온다는 것을 안 이웃마을(똑같이 64가구란다) 주민들은 광주시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요청을 한 상태란다.

광주시 에너지 관리팀 박준식 담당자는 “가구당 연간 36만원 가량이 넘는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전기사용이 많은 여름철 전기 절약효율이 높기 때문에 체감 효과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해시처럼 시에서 특별히 보조해 주지 않아도 이를 체감한 주민들은 단번에 경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절감한다”며 “이렇게 일상속에 스며드는 정책으로 주민들에 점차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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