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로 묵만 만들어 먹는게 아니에요"
"도토리로 묵만 만들어 먹는게 아니에요"
함께사는 세상 [134] 배움을 통해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김숙희씨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5.10.21 00:00
  • 호수 7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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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식할머니 김숙희씨가 컴퓨터를 하고 있다.

▶ 2005. 07. 01 13:11
어제... 관광 감포 바다 가서 놀다옴
장마날에 하늘이 맑게 게여서 아주 조았음 ㅎㅎㅎ
버스가 빵고 나서 거북이 갓이 계왔음 아이 무서워 ::::::··...
추풍령서부터 빵고 무사이 도착·· ㅋㅋㅋ

▶ 2005. 07. 22 23:22
오늘도 그럭게 배우구서도 또 일춘 맷는걸 몰라서 이러게 해매는구나
아들와서 가르켜 주워서 완료 아들 고마워서 하하이팅팅 ···
돌대가리 어쩔수업내 ㅋㅋㅋ

▶ 2005. 09. 20 16:18
아이구 힘들어 추석이 참말로 힘이드는구나
하는거 업이 먹는 것도 업이 마음이 너무나 부담감이 가내요
구러나 너무나고도 제미있고 아들 손자며
누이 동생들 딸 사위 와서 모드가 너무 제미있게 잘 놀았어요
구지같은 원드막에서 비는 오는데
고기 꾸어먹는게 왜 이리 제미가 있는 지 하루 해 전 거기여다가
화투 고수덥 와일리 제미가 구소한가...
밤에는 노래방 와이리 좋노 심이나게 흔들러
사실은 노래도 못하면서 ㅋㅋㅋ 아이구 우수워......

http://cyworld.nate.com/kim7333693

요즘 김숙희(60·옥천읍 금구리)씨는 텔레비전에서 디지털카메라 광고가 나오면 눈을 떼지 못한다. 인터넷에 자신만의 집 한 채를 마련하고는 그곳에 올리는 사진을 찍는 재미에 한창 빠져있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이런 취미생활을 알고는 자신이 쓰던 디지털 카메라를 주었지만 기능에 익숙해지면서 품질이 영 마뜩찮다. 

“얼마를 주고 사야 적당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도 종류가 많으니까요. 한 20∼30만원 주면 좋은 카메라 살 수 있다고들 하는데…. 요즘에 고르는 중이에요.” 

손가방에서 현재 쓰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보여준다. ‘핸드백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는 60대 여성이 몇이나 될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생각이 잠깐 스친다. 구형 모델이기는 하지만 300만 화소에 기능도 단순해 초보자가 쓰기에 편리할 것 같다. 찍어 놓은 사진을 열어본다. 

옥천 곳곳의 풍경과 가족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도 사각의 프레임 안, 있어야 할 곳에 적당히 위치한 사진을 보면서 좀더 나은 성능의 디지털카메라를 원하는 그녀의 바람이 결코 욕심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군청(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아주 깨끗한 사진 있잖아요. 그렇게 찍고 싶다고 그러니까 그건 아무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말고 따로 있다고 그러더라구요.(웃음)” 

물론 아무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라면 그 정도 사진이라고 못 찍을 것도 없지 싶다.

◆도토리는 하나를 준다는 거야, 한 말을 준다는 거야?
지금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김숙희씨의 배움 시작은 ‘풍물’부터다.  예전부터 생각은 있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 망설이다가 지난 96년인가 97년인가 ‘한울림’의 전 회장인 이명순씨가 옷소매를 끌어줘 본격적으로 풍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작년 11월 청소년수련관에 개설된 ‘컴퓨터 교실’을 통해서 처음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본 작동법과 이메일 주고받기를 배웠다. 홈페이지 부분은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활용법이 핵심 강의 내용이었다. 

“그 때부터는 뭐 강의만 있으면 무조건 신청하고 쫓아다녔어요. 나이를 먹어서 쉽게 익힐 수가 없으니까. 안 잊어버리려면 계속 쫓아다니는 것밖에 더 있어요?” 

컴퓨터 교실에서 배운 블로그를 이용하다가 강사가 가르쳐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싸이월드’의 주소를 수첩에 적어와 처음 접속을 시도했다. 소위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싸이 폐인’으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블로그야 강사의 손짓을 따라가며 배울 수 있었지만 싸이월드 활용은 순전히 독학이었다. 

“처음에는 뭐 알아요? 그냥 이것저것 클릭해보면서 하나 둘 익힐 수밖에 없었지. 한 달 내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다 클릭을 해보고서야 간신히 내 집을 만들 수 있었어요. 눈이 안 좋아서 돋보기를 쓰고 컴퓨터를 보니까 눈이 침침하고 이상할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도토리를 준다고 그러기에 하나를 준다는 건지, 한 말을 준다는 건지, 또 왜 준다는 건지 한참을 생각했다니까요.(웃음) 한참 지나서 그게 돈처럼 쓰는 거라는 걸 알았지. 이제는 핸드폰 결제도 할 줄 알아요.”

한참 싸이월드 얘기에 정신이 없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들려오는 얘기로는 오늘 함께 컴퓨터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한 친구인 듯싶다. 잠깐의 통화가 끝난 후 김숙희씨가 말한다. 

“아이구, 컴퓨터를 안 켜놨더니 전화가 오네?”
“메신저도 하세요?”
“아뇨, 쪽지 보내기로 얘기해요.”

◆우리 할머니는 컴퓨터 하는 신식 할머니
인터넷은 그녀의 삶 영역을 두 배로 키워놓았다. “민예총에서 엽서가 날라 왔는데 가만히 보니까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있는 거예요. 그래서 컴퓨터 주소창에 한 번 쳐봤더니 글쎄 민예총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거기 다 있더라구요. 그 사람들 홈페이지도 돌아다니구. 내가 나온 사진도 받아다가 블로그와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얼마나 재밌던지.” 

김숙희씨가 한울림 생활을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그녀의 삶에서 민예총 홈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열성적인 배움 끝에 발견한 신대륙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은 그녀와 세상 사이의 간격을 확 줄였다. 

손자들에게 김숙희씨는 ‘밥만 해주는 구식 할머니가 아닌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신식 할머니’로 통한다. 집에 놀러온 손자들과 공통의 대화거리가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김숙희씨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다. 그 나이에 타이핑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할 일인데 인터넷을 통해 세상 깊숙이 들어앉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굉장히 밝아진 것 같아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즐겁고. 싸이월드에 올리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니까 평소에 보던 세상하고는 좀 다르더라구요. 지금 나이에 이걸 배워서 뭐해 쓰려고 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컴퓨터를 배우면서 활력이 넘쳐요.”

◆운전도 일찌감치 배우고 이제는 노래 한가락
김숙희씨는 군북면 증약리에서 옥천읍 가풍리가 고향인 서동하(65)씨에게로 시집을 왔다
 21살 때다. 건축 관련 일을 하던 남편을 도와 건축자재 등을 싣고 나르는 것을 도와주며 살았다기에 그냥 뒤에서 짐 싣는 것을 도와준 정도로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무슨 조수? 아니야, 내가 직접 건축자재 같은 것 싣고 운전해 가지고 다녔다니까요.”
“운전도 하세요?”
“(웃음) 면허도 조금 일찍 딴 편이지. 내 면허가 84년도 면허니까. 지금도 운전해서 다니는데요.” 

그쯤 되니 김숙희씨가 열심히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번듯한 자신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천성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김숙희씨는 기회가 된다면 노래를 꼭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언제인가 민요는 배웠는데 그것으로 가요까지는 소화가 안 되더란 얘기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무엇보다 기가 사는데 계속 배워야죠.” 

 김숙희씨는 나이와 세월이라는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배움’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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