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군 홈페이지 '전국 최우수' 뒤의 현실
[기자의 눈] 군 홈페이지 '전국 최우수' 뒤의 현실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10.21 00:00
  • 호수 7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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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옥천군 홈페이지는 지난 1월31일 2004년 행정기관 홈페이지 평가 결과 최우수 홈페이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군비 2천420여만 원을 투여해 17일 새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군은 이 외에도 올해 청정체험사이트와 내년에 교육정보사이트를 만든다고 계획하고 있다. 교육 정보 사이트 제안서를 살펴보면 모든 군민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되어 있다.

#장면2. 지난 9월23일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 류근찬 의원은 농어촌지역 50가구 이상 마을 중 초고속 인터넷 미구축 마을이 1천72곳이나 된다며 그 예로 충북도내에서는 옥천군(34개 마을)을 예로 들었다.

청성면 합금리 최연수 이장은 “아이들 숙제 때문에 위성 인터넷을 설치하긴 했는데, 느리고 가격도 비싸 사용하기 힘들다”며 “벽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터넷도 차별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8월18일 현재 옥천군의 인터넷 음영지역은 총 60개 마을 2천689가구나 된다. 그 중 초고속 인터넷 희망가구수는 228가구나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벽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군의 화려한 홈페이지도, 청정체험사이트도, 교육정보 홈페이지도 볼 수 없다. 

옥천군은 올 한 해 군 홈페이지 부문에서 당당하게 전국 최우수를 차지한 ‘영광’과 50가구 이상 인터넷 미구축 마을 도내 최다라는 ‘치욕’을 동시에 안았다. 하지만, 이것이 갖고 있는 의미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군이 정작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군은 몸에 비유하면, 얼굴치장에만 신경 쓸 뿐 몸속 구석구석 피를 돌게 하는 혈관에는 무신경했다. 물론 이 인터넷망 구축사업이 KT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가령 마을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했다고 군은 홍보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마을 홈페이지를 봐야 할 많은 마을 주민들은 보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많은 인터넷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 망이 구축이 안 돼 복습은 생각도 할 수도 없고, 교육은 사장되고 만다.

무조건 KT에 떠밀 일이 아니다. 노인과 영세민, 시골 벽지 주민들에게는 인터넷 요금을 일부 지원하는 등 인터넷의 활용정책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군은 홈페이지 최우수상에 빛나는 영광 뒤에 가려진 그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아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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