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훈련 현장[4]-이원초 양궁부
동계훈련 현장[4]-이원초 양궁부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2000.01.01 00:00
  • 호수 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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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운동장에는 아이들 모습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원초등학교 한켠에 마련된 양궁장 근처에 다다르자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시끄러운 소리대신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맞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날씨가 추워지자 7명 가량의 선수들은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안에서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조립식으로 지어 놓은 건물 한 가운데는 10여년전 사용했을 듯 싶은 나무난로가 넓은 공간에 훈훈한 열기를 퍼뜨리느라 고생하고 있었으며 그 위에는 선수들이 집에서 가져온 고구마가 노릇하게 익고 있었다. 올해 학부모들의 무관심과 코치의 해임 등을 통해 깊은 수렁으로 빠졌던 이원 초, 중 양궁부가 재기를 다짐한 후 처음으로 맞는 동계 훈련 현장이다.

양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짐작되는 활, 선수들이 태권도 학원도 가야 하고, 외가집에도 가야 하기 때문에 방학 내내 집중 강화훈련을 시킬 수 없는 현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윤승상 코치와 선수들은 서로 달래며 때로는 혼도 내면서 추운 동계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 해야죠. 일단 2~3회 정도 현 6학년생들과 중학교 2학년 선수를 데리고 김수녕 양궁장으로 전지 훈련을 갈 생각입니다. 잠은 저의 집이 청주니까. 제 집에서 재우구요."

▲선수확보 난항 계속 될 듯

선수들의 훈련비에 중학생 이외에는 점심값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되면 집에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도 최선의 훈련계획을 잡아보는 윤승상 코치. 이원중 동문회 측에서 양궁부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기로 결의하고 지난 10월 1차로 250만원을 지원했지만, 재정보다는 선수확보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보였다.

현재 이원초의 전체 정원은 120여명 거기에서 남학생만 따져보면 대략 70여명 하지만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4학년부터 생각하면 그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선수 희망자도 부족하지만 선발할 수 있는 자원 자체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겨울 훈련만 열심히 하면 올해는 중간 정도의 실력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문제는 개학한 이후에 선수확보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추위에 튼 손으로 활시위를 힘껏 당기고 작은 눈망울로는 과녁판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어린 양궁선수들에게서는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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