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언론이 희망이다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
인천일보 김진국기자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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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맑은 대기. 정지용의 시 ‘향수’의 모티브였을 법한 ‘휘돌아 나오는 실개천’. 옥천의 첫 인상은 햇살을 머금은 아침이슬처럼 영롱했다. 충북 옥천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4∼15일. ‘송건호 기념사업회’와 ‘언론문화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제3회 언론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언론문화제엔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 홍세화씨, 시민의 신문 부국장 정지환씨를 비롯해 수많은 언론인들이 참가했다. ‘언론개혁 기원 어울림 한마당’ ‘반민족 범죄집단 조선일보 장례식’ 등등 프로그램은 주로 ‘언론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6만의 도시. 어떻게 이 작은 마을에서 전국적 축제인 ‘언론문화제’가 개최되는 것일까. 지금은 작고하신 언론인 청암 송건호 선생의 고향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 축제 뒤엔 ‘작지만 강한 신문’ ‘옥천신문사’가 있었다.

전체 직원 8명. 16면 주간지. 옥천신문의 유가부수는 3천400∼3천500여 부. 옥천의 가구수가 2만 가구 정도이므로 적어도 6가구 중 1가구는 이 신문을 보고 있는 셈이다.

내용을 살펴봤다.
8월 12일자 1면 톱은 한 초등학교에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일본 무사상 좌대가 그대로 남아있어 청산이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외의 면은 이웃 할아버지, 동네 수퍼 아주머니 등등 인물기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옥천 안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현안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든 지면을 지역뉴스로 채우는 등 철저한 로컬을 지향하고 있었다. 뉴스전달의 기본인 ‘근접성’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옥천에선 ‘안티조선’ 운동이 활발해 해병전우회까지 나서서 안티조선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쯤 되다보니 최근까지 조선일보 수천 부가 끊겼으며,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은 이웃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 언론문화제 한 관계자는 “옥천사람들이 조선일보를 거부하는 이유는 ‘친일’신문인데다, 지금도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권력과 재벌 등 기득권 세력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논조를 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대 언론과 싸워 승리한 ‘옥천신문’. 한 언론학자의 말처럼 ‘작은 언론이 희망’이었다.

인천일보 2005_08_18일자 / 김진국기자 freebird@ itime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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