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옥천에서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것
[기획] 옥천에서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것
생명의 시대, 우리는 친환경으로 간다 (2) … 옥천의 친환경농업, 그 실태와 문제점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5.10.07 00:00
  • 호수 79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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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우리고장 옥천. 청정의 고장, 향수의 고장 옥천이지만 옥천의 농업 현장은 그다지 서정적이지 못하다.

올 가을, 햅쌀이 익어가는 논 곳곳에서는 마스크에 장갑, 타올로 온몸을 휘 감고 농약을 살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고, 밭작물 역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농약 값을 원망하면서도 대다수 농민들의 발길은 수시로 농약 방을 향했다. 농약을 치고 온 날이면 어린 손주를 품에 안기도 꺼림칙해 깨끗한 물로 몇 번이고 농약 냄새를 몸에서 지워 낸다.

농약 독한 것이야 쓰는 사람이 가장 잘 알고, 그 위험성 역시 사용하는 농민 스스로가 제일 정확히 알지만 올해 농사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저런 화학약품의 힘을 빌어 지었다. 친환경농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그 전망이 여전히 불안하고, 나날이 떨어지기만 하는 농산물 가격에 지쳤기 때문이리라.

▲ 우리지역 최대의 무농약쌀 재배단지인 청성면 산계리 산계뜰 친환경농업단지가 올해 벼 수확을 앞두고 미질을 점검하고 있다.
전체 농경지 0.5% 미만 무농약 재배

[기획취재] 글싣는 순서

1회:친환경만이 대안이다
▶2회:옥천의 친환경농업, 그 실태와 문제점
3회:친환경농엽, 자치단체의 경쟁력
4회:대한민국 유기농 1번지, 문당리의 교훈
5회:지역순환형 농업운동, 아산 생산자공동체
6회: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쿠바현지르포-1)
7회:행복한 농사, 건강한 사람들(쿠바현지르포-2)
8회:‘유기농 옥천, 어떻게 가꿀 것인가?’

글 싣는 순서와 제목을 변경합니다. 3회 보도예정이었던 ‘친환경농업공동체 농협이 지킨다’편을 4회로 옮겨 ‘대한민국 유기농 1번지 문당리의 교훈’이란 제목으로 보도합니다. 4회 보도 예정이던 ‘친환경농업, 자치단체의 경쟁력’ 편은 3회로 앞당겨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지역의 전체 경지면적은 9,379ha, 경지면적의 대부분이 그린벨트와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지정으로 인한 개발규제 구역으로 묶여있다. 그러나 대청호 상류지역의 수질 지킴이 역할이 기대되는 우리지역의 친환경 재배면적은 202.49ha(05년 8월31일 인증농가기준)로 전체의 2.16%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엄격한 의미에서 친환경농업(어떠한 화학재제에도 오염되지 않은 농산물)의 범주에 들 수 없는 저농약 농산물재배면적 158.62ha를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은 43.87ha다.

이 수치는 우리고장의 농경지 가운데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땅은 전체 경지면적의 0.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청정고장 옥천이 키운 농산물의 99.5%가 크건 작건 농약에 노출된 토양에서 재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낙후된 우리지역의 친환경농업현황은 농산물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친환경인증기관인 옥천 흙살림 한중열 대표는 “옥천이라는 고장의 이미지와 친환경안전농산물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아무리 자치단체가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고자 노력해도, 실제로 청정지역을 증명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분야는 어떤 자치단체보다 낙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청호주민연대 주교종 사무국장도 “대청댐 문제만으로도 친환경농업이 어떤 지역보다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며, 이것은 친환경농업을 통한 수질개선 효과 등 상수원에 대한 옥천의 기여를 주장 할 수 있는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

◆옥천에서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것

초여름의 문턱, 포도하우스들이 올해 포도를 출하하기 시작할 즈음 동이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옥천포도의 역사상 유례없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흑진주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작목반이 만 1년 이상의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지역 최초의 무농약 포도 작목반을 출범시킨 것이다. 지난 시절 옥천포도의 명성을 새롭게 이어 갈 수 있는 희망으로 지역은 그들을 주목했다.

“농약을 치기 싫었어요. 포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과 가족이 먹을 포도에는 농약을 안치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도 그렇게 안전한 것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뜻을 모은 사람들이 고생길을 시작한 것이었죠.”

작목반 박남용(41) 총무 말처럼 그들이 걸은 길은 말 그대로 고생길이었다. 그들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각종 친환경교본을 섭렵하며 스스로 친환경포도 재배기술을 습득해야 했고 사비를 털어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받았다. 온 나라가, 모든 농촌자치단체가 친환경을 육성하겠다고 혈안이 돼 친환경 농가에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그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정말 1원 한 푼도 지원받은 적 없습니다. 물론 요청은 했죠. 내년에나 생각해보겠다고 하시더군요. 우리는 그렇게 첫 출하를 했습니다. 교육부터 자제까지 모두 우리 힘으로요.”

그러나 그들에게 자치단체의 무관심보다 힘든 것은 바로 소비자의 ‘무지’였다.  그들이 만난 소비자들은 ‘무농약’이 무엇인지, 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지 몰랐다. 흑진주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보다 ‘무농약’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더 급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화학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보다야 좋은 값을 받았지만 생산비를 고려하면 손해였습니다. 차라리 농약치고 싼 값으로 대량판매를 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란 것이죠. 그래서 절대다수의 포도농가가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거부하는 겁니다. 내년엔 최소한 열다섯 농가까지 작목반이 확대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축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만요.”

작지만 다양한 친환경농가, 옥천농업의 열쇠

이렇듯 농약 없는 ‘안전한’ 옥천을 가꾸는 0.5%의 손길은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작목별로 다양한 성공사례를 구축해 가고 있다.  옥천의 대표적 작물인 포도의 경우 현재까지 옥천지역 유일의 유기농 인증을 획득한 이돈수, 김연자씨 부부(군서면)외에 11개 농가가 무농약 이상 포도재배에 성공했다.

군서면의 이돈수씨 부부 외에도 지난해 전환기유기인증을 획득한 군북면의 이창수(전환기유기)씨, 가장 최근 유기포도의 반열에 오른 옥천읍 임현묵(전환기유기)등이 탁월한 품질의 유기농포도 생산을 통해 명성과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친환경포도 작목반 ‘흑진주를 찾는 사람들’의 일곱 농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복숭아의 경우는 이원 도덕봉농원(대표 강영근)이 전국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무농약 친환경복숭아를 생산하고 있고 작목반의 친환경인증 획득 농가 수(현재 5가구)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

토마토의 경우 안남 배바우공동체(송윤섭 회장)가 5농가의 무농약 재배 농가를 이끌고 있으며 옥천읍 송용식씨는 지난 7월 전환기유기 인증을 획득해 옥천 유기토마토의 첫 장을 열었다. 송씨는 토마토 외에도 지난해부터 무농약 감자를 출하해 오고 있다.

쌀의 경우 포도농가인 이돈수씨가 논벼로 전환기유기 인증을 받은 상태고 이선우씨가 이끄는 산계뜰 친환경 쌀 생산법인도 소속 61농가와 함께 2005년도 산 무농약쌀의 수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외에도 군북면 우명수씨는 14개 품종의 쌈 채소로 유기인증을 획득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옥천군, 친환경 농업정책의 방향은?

지금까지 살펴본 옥천의 대표 친환경농가들은 예외 없이 그들 스스로 환경농업의 가치를 먼저 깨닫고 안전 먹거리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옥천군은 지난해 4월에 와서야 농정과 내에 기존의 농사양정담당을 친환경농업담당으로 전환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조직 개편 외에 전과 달라진 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 친환경농가는 “군의 친환경농가를 위한 재정지원은 도비를 받아 집행하는 댐규제지역 친환경농업 육성지원금 7억여원이 전부”라며 “친환경육성을 위해 써야 할 그 돈 마저 실제 집행에 있어서는 친환경농가가 우선권만 갖고 있을 뿐 친환경과 무관한 농가에도 지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8월31일 기준 / 자료제공: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옥천출장소
옥천군 농정과 관계자는 “군이 친환경농업육성과 관련해 현재까지 내놓을 만한 투자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2006년부터 농립부에서 추진하는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사업 희망지역 대상지로 선정되기 위해 올해 1억여원을 들여 관련 용역사업을 추진하는 등 2007년에는 5:1의 경쟁을 뚫고 반드시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사업에 선정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친환경의 미래를 선정가능성 조차 불확실한 정부의 사업계획에 걸겠다는 옥천군. 그들을 지켜보는 친환경농업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진정한 친환경 밑그림 그려야” - 친환경농업발전연구회 강영근 대표

▲ 강영근씨
다음 자치단체장은 우리지역 환경농업의 미래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입니다.  제도와 관행을 뛰어 넘는 진정한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 개별 친환경 농가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느 정도 그 한계에 도달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자치단체와 친환경농가, 그리고 농협을 포함한 유통조직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진정한 친환경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복숭아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복숭아를 옥천의 아름다움이 녹아든 상품으로 가공해서 파는 일은 농가의 힘만으로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옥천 전체가 나서야 할 일입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진정한 철학을 갖고, 내 고장 농산물의 판로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느 곳이라도 뛸 수 있는 선출직 일꾼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들과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옥천의 미래를 그려야 합니다.

“옥천군, 이제는 눈을 떠라!” - 옥천흙살림 한중열 대표

▲ 한중열씨
아이디어도, 의지도, 방향도 없는 것, 그 실체 자체가 없는 것이 옥천군의 친환경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자치단체가 친환경에 눈을 뜬다면 희망은 있습니다. 한 가지 제안할까 합니다.

160억 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면서도 현재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농산물집산단지’를 지역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 기지로 제공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우리지역의 환경농업은 미래가 있습니다.  전국의 친환경농산물 유통망을 우리지역으로 끌어들이고, 지역 농가에 현실적인 판로의 비전을 보여줄 때 옥천군은 진정한 친환경 기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정도의 투자는 다른 농촌자치단체가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며 환경농업에 기울이는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아무것도 아닌 투자는 옥천이 가진 천혜의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엄청난 결과로 돌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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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2005-10-06 20:41:31
강영근회장님,한중렬회장님 고견들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습니다. 힘내세요.
앞으로 친환경농업의 집산단지가 생긴다니 옥천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시 집산단지 활용과 운영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집산단지는 앞으로 10년후를 내다보는 시설기준을 갖추고 지어져야 합니다.
- 앞으로 농업은 생산뿐아니라 유통단계에서의 오염으로부터 안전해야 합니다. 선국 각국은 지금 GAP(우수농산물인증제도)와 더불어 농산물이력추적시스템을 가동하여 자국의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점차 친환경농산물의 안전성과 무역을 연계하여 친환경농업 후진 국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농산물의 큰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세계 추세에 맞는 국제 규격의 농산물 선별,세척,포장등의 수확후 관리시설이 들어서야 합니다.

둘째>>이러한 집산단지는 친환경농산물 유통,판매 단체에게 좋은 조건으로 임대되어야 합니다.
- 국토의 중심부라는 지리적입지와 가장 좋은 시설 및 임대조건이라면 친환경농산물유통인들이 구미를 느끼게 될것이고 우리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것입니다.

옥천군의 최대자원인 대청호에 우리 농업의 미래가 있음을 잊지 맙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