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지역언론인이 본 부안독립신문
[특별대담] 지역언론인이 본 부안독립신문
“지역민 참여 늘리고 서로 아우르는 신문 돼야”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5.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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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독립신문은 핵폐기장 반대투쟁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자치의식을 고양시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가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1년 전 창간됐다. 부안의 소식에 가장 정통한 신문, 부안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내고 방향을 제시함은 물론, 신문의 근거지인 전북을 아우르고 핵폐기장이나 새만금, 이라크 파병과 같은 국가적 아젠다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다루는 신문이 되고자 했다. 지역에 천착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지역에서부터 설정할 수 있는 신문으로 성장하기 위해 ‘뿌리를 파내는 심정으로 파고 또 파겠다’는 편집계획을 밝히고 1년을 달려왔다.

본보는 창간 첫 돌을 맞아 지난 9일 본사 문화센터에서 각지의 지역신문 편집국장과 지역언론 학자 등 지역언론인들과의 대담을 마련해 부안독립신문의 항해일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와 옥천신문 조주현 편집국장, 남해신문 김광석 전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대담의 내용을 앞으로 2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 편집자주

장호순(진행,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하 장): 우선 각 신문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참가 소감을 밝히고, 진행하겠다.

조주현(토론, 옥천신문 편집국장, 이하 조): 부안은 두 번째 방문이다. 옥천신문은 사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총무쪽 2명 나머지가 편집국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16면을 발행하고 있다. 9월30일이면 창간 17주년으로 옥천신문은 안티조선일보운동의 성지로 외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 김광석 전 남해신문 국장
김광석(토론, 남해신문 전 편집국장, 이하 김): 남해신문은 90년에 만들어져 창간 15년째다. 옥천신문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타블로이드판으로 매주 고정 32면을 발행한다. 한 달에 한번 정도 40면을 증면하고 있고 앞으로 40면 고정증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남해신문은 식구들이 꽤 많다. 상근직이 18명이다. 신문사가 갖고 있는 고유한 시스템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거라고 자부한다.
새로 출발하는 부안독립신문에서 굳이 남해신문을 초청한 것도 이러한 경영 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말해 달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개혁과 지역언론

장: 여기에 참여한 신문사들은 모두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풀뿌리 언론이다. 풀뿌리 언론으로서 지역개혁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소위 ‘토호세력’이라는 지역의 기득권 세력이 과거에는 중앙집권세력에 기생하거나 복속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지방선거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당당하게 지역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선거를 통해 정당화시키고 있다. 실질적으로 보면 이러한 권위주의 체제가 극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주민중심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지역신문이 이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옥천, 남해신문의 경우 어떻게 하고 있나.

김: 지역의 권위주의 해체는 영원히 변할 수 없는 과제이다. 신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강화되고 공고화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인재가 없음은 물론 물적 기반도 토호세력이 다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경제가 항상 어려우니까 지역민들의 관심이 지역개발에 대한 욕구로 강하게 나타난다. 토호세력은 이러한 주민들의 지역개발 욕구에 교묘하게 편승한다. 가령 투표행위를 할 때 개발 환상을 심어줘서 끌어가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고 갈수록 고도화, 공고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 장기적인 플랜에 의해서 지역신문이 인재를 길러내고 발굴해야 한다. 지역내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의도적으로 토호를 와해시키기보다는 건전한 시민단체나 소외계층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도와 관심을 쏟아야 한다.
신문이 보도의 역할도 있지만 앞으로는 매개자의 역할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지역내 네트워크, 지역내 이슈나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힘이 부족하면 신문사에서 외부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 결집되어 지역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내 단체에 지면 한 면을 통째로 주고, 그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란을 편성할 계획이다. 그런 부분은 부안에서도 당장 차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김: 토호들에 대해 흠집내기를 하다보면 언론의 공정성을 갖고 시비를 걸어온다. 심지어 지난 선거에서는 경찰에 의뢰를 해서 남해신문의 배포까지 못하게 했다. 선거 때는 치열하게 서로의 이해가 부딪히기 때문에 신문이 어떤 보도관점을 갖느냐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선거라는 공간이 신문이 클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된다. 어떤 기사를 어떤 내용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경영과 보도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그런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해 내부에 팀도 만들어내야 한다. 기자들이 그런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신문사 내에 그것을 연구하는 팀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조: 대개는 언론이 활성화되면 엔지오들이 많은 역할을 못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옥천에도 엔지오라고 딱히 내놓을 수 있는 데가 없다. 부안보다 형편이 안좋을 것이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가시적으로는 두세 명까지만 들어가도 판도가 확 변할 수 있는데, 육영수 여사 등 보수진영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 벽을 깬다는 게 쉬운게 아니다.

장: 토호세력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토호세력 자체 내의 문화와 시스템을 개혁적이고 개방 지향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토호세력과 전혀 다른 성향을 갖고 훨씬 혁신적이고 급진적이며 합리적인 그룹을 양성해 숫적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을 해야한다고 본다.
무슨 얘기냐. 차세대 리더들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만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있는지 언론이 평소에 주목하고 알려주고 리더로서 자질을 키우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이 10년 후에 나올 수 있고, 20년 후에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토호세력 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부안독립신문 지면평가

장: 부안독립신문이 창간되기 이전에 반핵운동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신문 창간을 위해 내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신문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신문이란 게 비용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하고 창간해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지난 가을 학생들과 지역신문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당시 부안독립신문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신문의 비판 감시 고발 기능은 다른 어느 신문보다 훨씬 잘 한다고 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자리를 잡는구나 생각했는데, 신문은 잘 나오긴 하지만 독자확보나 광고주 모집 문제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안독립신문 지면에 대한 평가나 조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 조주현 옥천신문 편집국장
조: 부안독립신문 초기에 유심히 보아왔는데, 초기 상정이 잘못됐다. 거대 담론에 빠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역 출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옥천의 경우 초기에 옥천 지역에 살고 있는 기자들이 하다가 대전서 젊은이들이 와서 교체되기도 했고, 기자들이 지역네트워크에 포진해 인적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기자들이 얼마나 지역에 뿌리 내렸는지는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주민들과 밀착된 취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초기보다 거대담론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지역민들의 삶과 밀착된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가 지면에서 부족한 것 같다. 그 부분에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 나중에 깨달은 것인데 신문이 지역민들의 희망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을 받아보면 ‘우리지역이 이렇게 발전하겠구나’ 하는 희망을 줘야 한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신문을 보고나면 한없이 무거워지는 게 아니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장: 큰 방향에서 이야기하겠다. 신문이 긴장돼 있다. 지금까지는 맞지만 싸움이 끝난 국면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지역사회가 혼란스럽게 투쟁하면서 치유하는 과정에 있고, 지역민들의 참여를 늘리고 지쳐있는 지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신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적 포맷이 일간지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 모델은 실패한 모델이다. 주민들은 의견을 들을 때 전문가 이야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오피니언란에서도 학식있는 사람들의 의견보다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얻는다.
기획기사 하나에 3개 정도는 공을 들인 기사가 포진하는 게 좋다. 나머지는 기사작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훨씬 줄여야 한다. 모든 기사에 비용을 들인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기획의 경우 면채우기에 급급해 하는 인상을 받는다. 지역과의 접점을 못찾는 것 같다. 접점을 찾지 않는 전국기사는 맴돌 수 있다. 또한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서 계몽적인 방향은 무리다. 부안의 주민들이 원하는 기사를 체크해야 할 것이다.

장: 지역신문의 핵심은 경제뉴스다. 정치뉴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경제와 관련된 행정, 개발, 지역경기 등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그 신문을 보면 경제가 파악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독자층을 확보하려면 학교 이야기가 필요하다. 학교 같은 교육뉴스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다.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항상 궁금해 한다.

▣ 지역신문과 경영

   
▲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장호순: 다음 주제로 지역신문의 경영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앞에서 지역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바와 같이, 지역사회의 토호세력들이 지역사회의 경제기반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고, 행정관청을 통해 나오는 재원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을 적대적인 세력으로 놔두고는 신문을 경영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지역신문은 광고시장이 좁은데, 오늘 모신 두 신문은 경영 측면에서 다른 신문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상황이 어떤지, 비결이라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달라.

김광석: 지역의 생활정보지들이 광고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광고를 따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신문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편집을 본다면, 편집국은 경영 앞에 나서는 공격수라고 할 수 있다. 보도에 있어서 독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보도를 많이 해야 한다. 공격수가 앞에서 밭갈이를 잘 해놓으면 뒤에서 고구마를 줍는 팀이 있어야 한다. 축구로 치면 경영은 수비 진영이 될 것이다. 아무리 보도를 잘 하더라도 뒤에서 쫓아가며 고구마를 주울 사람의 마인드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실제로 경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 조주현 옥천신문 편집국장
조주현: 옥천신문 같은 경우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서를 내면서 내부 평가를 받는 기회가 있었다. 유료독자 70%로 ABC협회에서 나름대로는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구독료에 대한 비중을 많이 뒀다. 그렇게 비중을 둬도 50:50의 비율(광고와 구독료)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매체가 다양화되고, 젊은 세대들이 지역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과연 지역신문의 생명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옥천이 부안보다 인구가 약간 적다. 또한 대전이 바로 5분 거리에 있다. 옥천은 가구시장에서 침대를 안 판다. 신혼 부부들 대부분이 이런 물건들을 대전에 가서 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광고시장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광고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광석: 풀뿌리 언론은 광고도 풀뿌리 언론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해 신문은 결혼식, 돌잔치, 부음 등 애경사 등의 생활광고들이 많다. 예를 들면, 누구네 집 자식이 박사학위를 땄는데 여러 군데서 축하광고를 한꺼번에 내는 등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물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애경사에 관한 내용은 공동체가 발휘할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광고라고 생각하며, 보다 더 많이 개발했으면 한다.

조주현: 부안의 광고시장이 힘들다고 하지만 옥천보다는 나을 것 같다. 남해는 참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인적 네트워크의 광고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 옥천은 충청도 성향이 짙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쑥스러워서 못한다고 해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는 기업들도 지역이나 국가에 그것이 이윤이든 또다른 무엇이든 환원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몇몇 기업들도 사실 사회환원을 많이 하고 있다. 지역신문에까지 대기업 광고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그런 의미를 기업들에게 부여해주고 싶다. 지역신문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안내서나 옥천신문을 홍보할 만한 자료들을 만드는 등 그런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장호순: 신문사가 경영이 제대로 돼야 주민들의 알권리도 보호해주고 지역사회 공익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경영을 위해서 신문이 가야할 정도를 버리고 가라는 것은 아니다.  경영을 잘 하려면 신문사 내의 시스템이 경영 효율적인 조직이어야 한다. 신문사의 인적 구조나 공간구조, 업무 등이 최대한 효율성에 맞춰져야 한다. 그럴려면 경영전문가가 필요하다.

매일 발행되는 생활정보지와 일주일에 한번 우편으로 발행되는 주간 유료 지역신문은 광고효과에 있어서 비교가 안된다. 유통광고를 가지고는 경쟁이 안된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느냐? 지역사회 커뮤니티 광고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앙일간지 보면 동정란이 있다. 모든 신문이 다 있다. 굉장히 주목도가 높다.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작은 행사들을 모을 필요가 있다. 1년, 2년 정도 지나면 지역사회에서 완전히 수용된 다음 광고를 시작할 수 있다.

▣지역언론과 선거보도

장호순: 지역신문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주민자치를 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의 입이 되고 의지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 선거에 있어서 신문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지역신문이 가장 큰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때가 선거, 특히 지자체 선거 때이다. 전국 언론이나 다른 외지 언론, 도단위 언론이 다룰 수 없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사와 후보자를 다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회가 4년에 한 번 주어진다. 선거에 있어서 미디어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조주현: 지자체 선거 보도에서 기본 틀은 ‘공정한 링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반칙하는 사람은 게임에서 끌어내릴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줘야 한다. 옥천신문의 경우 최근에 ‘나에게는 선거법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후보자 중 한 사람인데 선거법을 지키지 않아 그동안 수차례 문제가 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필히 끄집어내야 한다고 본다.

   
▲ 김광석 전 남해신문 국장
김광석: 이번 선거가 선거제도 상으로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전에는 소선거구제였는데, 이번엔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었다. 우리 지역의 실정을 보면 각기 정치세력들이 바뀐 선거제도에 어떻게 적응할지 몰라서 아주 혼란스럽고,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 정치세력은 이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까, 세부적인 분석에 들어가 있는 시점이다. 선거에 대한 보도도 지역주민들이 선거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으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안의 경우 핵문제 이후 내년 선거에서 한 차례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내용적으로는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도 정리해나가는 시점이라고 할까.

조주현: 기존의 선거보도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경마식 보도나 흥미위주의 보도는 피해야 한다. 후보자 개인의 신상이나 가족사보다는 후보자가 갖고 있는 정책이나 의제를 끌어내야 한다. 큰 틀에서는, 우리가 발굴하는 의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의제를 갖고 앞으로 계속 선거가 있을 때까지 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주부나 상인, 농민 등 일반 유권자들의 바람을 릴레이식으로 실었던 적이 있다. 또한 몇 가지 지역현안에 있어서 토론이나 대담을 기획한 적도 있었다. 지역신문의 딜레마 중 하나가 지자체 선거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다.

장호순: 조국장님이 선거에 대한 참여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자체 선거가 투표율이 가장 낮다. 그 원인은 언론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개인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와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입수하는 계기가 생기고 그것이 나와 관련 있어서 관심이 있다는 것을 판단하게 되고, 그 다음에 어느 행사의 참여나 투표를 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다. 반면에 지역단위의 선거나 보궐선거 등은 거의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관심이 생길 여지도 없이 자연히 참여를 안하는 것이다. 정보와 관심 없이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지역신문이 평상시에 얼마나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에 관한 정보, 주민이 관심있어하는 정보를 주는가가 중요하다. 실제로 군의원이나 시장, 군수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도시계획을 어떻게 하느냐, 쓰레기장을 어떻게 하느냐 등등. 그런데 이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정보를 주지 않으니까 군수는 누가 되든지 나와 상관이 없나보다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적극적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그런 틀을 깨지 않으면 결국 지방선거 자체가 정당성을 잃을 정도로 취약해진다. 선거참여율도 낮아지고. 선거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역신문들이 평소에 적극적으로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독자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산시켜가야 한다.

김광석: 남해신문은 바른지역언론연대 연수를 통해 배웠던 것을 보도에 적용하려고 애썼던 신문이다. 장호순 교수가 이야기했던 퍼블릭 저널리즘에 대한 방식으로, 지역의제를 드러낼 수 있는 포커스 그룹을 만드는 방법을 시도했다. 신문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내 각계 각층의 유권자들에게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이 정해주는 질문을 모아서 대신 던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문제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도 다룬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때 이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장호순: 선거보도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매우 산만하게 가면, 여러 가지 정보들이 체계화되지 못하면 독자들은 혼란스럽게 받아들인다. 무슨 얘기냐. 내가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데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들이 정리되어 들어오지 않으면 독자들은 짜증나고 혼란스럽다. 여러 가지 정보를 잘 정리해서 보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어느 신문이든 10가지 정도의 이슈, 즉 4년동안 해결해야 할 10가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그것을 4년동안 주민들에게 부각시켜주고, 후보자들이 나오면 그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당선이 되면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도 비교적 그 정보를 통해 판단을 쉽게 할 수 있고 후보자들도 오만 잡가지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경써서 공약을 내세우게 될 것이다.

부안독립신문 48~49호 (2005년 9월 19일/10월3일자)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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