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방문 60년 한 풀지 못하나...
고향방문 60년 한 풀지 못하나...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12.18 00:00
  • 호수 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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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던 시절 중국으로 이주한 옥천사람들이 현지에서 지금까지 한 마을에 모여 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에는 옥천사람 뿐만 아니라 보은, 청원 등 주로 충북출신 동포들과 그들의 자손들이 모여 140호의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한 마을이 모두 우리 동포들로, 특히 충북출신 동포들로 짜여진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들 동포들 중에는 옥천출신 10여명을 포함해 한국에서 태어나 이주한 이민 1세대가 상당수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소원은 자나 깨나 꿈에 그리던 고향을 방문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력으로 고향을 방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다. 1인당 100만원(위옌화 8천원) 가량의 경비를 확보한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임을 감안할 때 가까운 시일내 추진이 안될 경우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들의 고향방문을 포함해 군이나 도, 나아가 정부차원의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암촌에는 옥천출신 동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은, 청원 등 우리 도 출신 동포들이 대부분인 이 마을에는 최근 타지역 출신 동포들이 일부 유입되긴 했어도 한마을이 몽땅 우리 민족인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같은 민족이면서도 특히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그동안 가슴아픈 일을 너무나 많이 해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동포들이 꿈에 그리던 고국방문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일부터 이를 빌미로 동포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 이들을 파탄으로 몰아간 국내인 등 설령 타민족일지라도 해서는 안될 온갖 못된 짓을 봐왔다. 이제부터라도 진솔한 동포애를 담아 이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정부차원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충북도는 도대로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군에서도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일이 현재 정암촌에 살고 있는 10여명의 옥천출신 1세대 동포들의 고향방문을 주선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아가 도나 정부차원의 관심을 촉구하고 현재 민간단체에서 추진중인 연길의 지용시비 건립 문제도 서두르지 말고 가능하면 정암촌과 연계하는 방안도 권해본다. 이들 동포는 대부분이 고령자다. 적게는 60대 초반부터 많게는 이미 80대를 넘어선 노인들이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꿈은 죽기전에 고향을 방문하는 일이다.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황량한 벌판에서 온갖 고생을 해 온 이들에게 고향의 따스함을 전하고 우리 모두 한겨레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들의 고향방문을 추진하는 일은 동포애를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당연한 일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며 실속없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단 한사람일지언정 우리 겨레를 끌어안는 정감어린 사업을 기대해 본다. 만약 군에서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민간차원의 노력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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