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닫혀진 학교에 대한 단상
[기자의 눈] 닫혀진 학교에 대한 단상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8.05 00:00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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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의 만평

전국 각 지역의 뜻 있는 교육대학 학생들이 지난 7월27일 안남면을 찾았다. 방학을 맞아 농촌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온 이들이었다. 이들이 3∼4년 후면 대부분 각 일선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할 예비교사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런 마음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미래의 후배 교사들에게 안남초등학교(교장 김덕중)가 보여준 행동은 참 민망스러웠다. 안남초가 ‘교육 활동 장소 협조’를 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안남초 학부모 학운위원과 자모회에서는 꾸준하게 설득하면서 학교에서 강당과 교실을 교육활동 장소로 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강당만 간신히 양보를 했고, ‘교실은 절대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이번 교육활동은 면사무소와 학교 강당으로 이원화된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목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 쓰는 것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었고, 그 대상도 다름 아닌 안남초 학생들이었다. 또, 교육활동을 하겠다고 한 사람도 바로 미래의 선생님이 될 교대 후배들이었다. 하지만, 안남초의 대답은 완고했다. ‘교실은 컴퓨터 등 고가품이 많아 분실이나 파손의 위험이 있어 절대 빌려줄 수 없다고’ 말이다. 그것이 빌려줄 수 없는 이유였다.

학교의 주인은 더 이상 ‘학생’이나 ‘학부모’가 아니었다. 닫혀진 학교에 대해서 아이들은 상처받았고, 미래 선생님이 될 교대 후배들은 ‘실망’을 했고, 학부모들은 체념해야 했다. 이번 사례는 담장을 허물고, 야간도서관을 개장한 삼양초의 사례와 묘하게 대조가 된다. 학교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닫혀진 학교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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