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 관객 없는 무대, 주인공들의 쓸쓸한 독백
[기자의 눈 ] 관객 없는 무대, 주인공들의 쓸쓸한 독백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7.22 00:00
  • 호수 7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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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없다. 그러니 무대 위 주인공들이 잔뜩 긴장할 이유도 신명나게 연기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딱딱한 무대 위 지루한 언어로 계속되는 이 공연이 진행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공연은 군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이 펼치는 공연이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속기록에 빠짐없이 기록하지만, 그것은 군 청사 안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터넷 생중계도 TV유선방송도 군 청사 안에서만 방영된다.(인터넷 생중계 방송 시청은 9월 이후에는 새로운 설비 구축으로 외부에서도 가능하단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잔치이다. 물론 이들이 관객에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지난 20일 군정질문에서 군서면 사정리 주민들이 레미콘과 관련해 참관하자, 다들 한 목소리로 ‘참관한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며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업무보고하고, 질의하고 답변하고, 예결산을 심의하고, 조례를 개정하고, 이 모든 작업들이 그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주민들의 참여 부족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군의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모든 주민들이 언제든지 손쉽게 알 필요가 있다. 군의원들은 우리가 낸 세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라고 대표로 보낸 사람들 아닌가? 주민이 한 명도 와서 보지 않는 ‘흥행에 단단히 실패한’ 군의회는 기실 각성해야 한다.

문을 활짝 열어 제껴라! 군의회는 그 자체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현장 아니던가? 학생들도, 시장 아줌마들도, 농민들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로 바꾸면 어떨까?

학교 강당도 좋고, 각 면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로, 마을 회관으로, 시장 바닥으로 군의회 본회의장을 옮기는 것도 생각해보자. 정례회가 시작되는 주간에는 확실한 이벤트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담장을 허물고’, ‘직접 찾아간다’는 컨셉은 군의회에는 아직 유효하다.

u-korea(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정보통신부의 정책)가 아니라 u-군의회가 되어야 한다. 무대 위에 올라 선 두 주인공은 물론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하지만, 텅 빈 객석에는 쓸쓸함만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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