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입이 부끄러워서...'
`말하는 입이 부끄러워서...'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12.11 00:00
  • 호수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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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입이 부끄러워 뭐라고 말하기조차 싫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군수실에서 유봉열 군수가 옥천 도서관 문화교실 임원들에게 보조금 1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군수가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문화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고 보기좋은 모습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말이 나돌까?

현재 옥천 도서관에서 활동 중인 문화동아리는 유화, 한국화, 수채화, 종이접기 등 4개반으로 100여명의 주부들이 여가를 활용해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모임에서 올해로 4번째 작품전을 개최했지만 매번 열악한 재정형편으로 인해 팜플렛 제작비조차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얼마전 이들 모임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군 공보실을 방문, 지원을 요청했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예산이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는 것.

그러나 전시회에 참석했던 유 군수가 즉석에서 100만원 지원을 약속했고, 11월25일 이들 모임 한 임원의 통장으로 약속된 금액이 입금됐다. 여기까지는 별 탈이 없었는데 이후 연출된 일부 공무원의 행태를 놓고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윗사람의 지시인지 담당 공무원의 독자적인 판단인지는 확인이 안됐으나 이미 통장을 통해 전달된 보조금을 인출해 유 군수가 다시 전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쉽게 말하면 군에서 이들 단체에 100만원을 지원한건 사실이나 이미 준 것을 빼았아 다시 준 꼴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주민들은 군수 낯내주기에 공무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혈안이 돼있다는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주민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공무원들이 소신껏 주민편의 위주로 일하면 될 것을 바쁜 사람들을 불러모아 이런 우스꽝스런 짓을 한다는 것은 군수를 지나치게 의식한 과잉충성(?)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한편 담당 공무원은 "주민들의 오해가 있었다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며 "절대로 과잉충성은 아니며 전달식을 따로 한 이유는 특정인의 통장에 입금을 시켜 다른 사람들이 모를까 싶어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군에서 어려운 문화단체에 예산을 지원한 일은 잘된 일이며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도 이번처럼 절차가 잘못되면 엉뚱한 오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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