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뚝심과 변심' 사이에서
[기자의 눈] '뚝심과 변심' 사이에서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5.07.01 00:00
  • 호수 7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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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회가 옥천불교사암연합회의 유등축제에 군비 4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확정했다. 예산을 의회에 신청한 옥천군이 지역의 문화단체와 종교단체를 망라하는 군민축제로 이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하니 옥천에 큰 축제가 탄생한 셈이다. 그런데 출생을 코앞에 둔 이 축제가 벌써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이해할 수 없는 ‘뚝심’-옥천군
사암연합회의 유등축제 예산은 지난해 본예산 당시 의회에서 ‘전액삭감’된 전력이 있다. 당시 신청액 5천만원, 이번 추경역시 같은 금액 같은 내용이다.  ‘얼마나 양보할 수 없는 사업 이었기에 다시 예산을 신청했을까?’ 

축제의 구체적인 계획을 질문했다. 그러나 이재하 실장의 답변은 귀를 의심할 정도. 알맹이는 ‘특정종교의 행사가 아닌 군민의 축제가 되도록 유도하겠다’ 정도다.  옥천군민의 혈세가 자그마치 4천만원이나 들어가는 행사에 대한 답변치고는 궁색하다. 사업계획은 없고 있는 것은 예산뿐이다.

물론 금강을 활용한 문화축제, 이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정도 이야기는 똘똘한 중학생이면 할 수 있다. 구체적 근거, 자료에 기초하지 않은 이 실장의 발언은 합리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알 수 없는 ‘변심’-군 의회
본예산에서 ‘종교행사군비지원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관련예산 전액을 삭감한 의회가 추경에선 어떤 영문인지 천 만원 깎아 4천에 순순히 군민의 혈세를 지불했다. 예결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웅 의원은 의회의 결정을 “일단 한번 해보자는 취지”라는 말로 요약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니 한 번 지원해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화공보실이 무엇으로 의원들의 마음을 돌렸느냐는 것이다.

무엇이 옥천군으로 하여금 줄기찬 예산요구를 하도록 만들었는지, 또 무엇이 의회가 돌연 추경에서 유등축제지원을 결심하게 만들었는지 이번 취재를 통해서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 주장은 그 이유가 될 수 없다. 지난해 첫 실시된 금강유등축제에 대해 옥천군은 경제적 효과 등 전반에 대한 객관적 분석도 없이 ‘뚝심’을 부렸고 의회는 그 뚝심에 ‘변심’을 결정했다.

그러나 군과 의회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들의 뚝심과 변심사이에서 유등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던 지역 문화계와 종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파문의 책임은 군과 의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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