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얕은 꾀로 주민을 속일 수 없다
[기자의 눈] 얕은 꾀로 주민을 속일 수 없다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05.06.17 00:00
  • 호수 7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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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군의회와 함께 김포시를 방문했다. 각설하고 김포시 지역경제과 공업민원담당의 한 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농경지에 인접한 편도1차선 국도는 사실상의 농로라고 봐야 합니다. 그 국도에 인도까지 없고 레미콘 차량까지 다니면 사실상 주민이나 경운기는 다닐 수 없어요.”

우리지역 경제교통과 산업담당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자.

“레미콘 차량이 다녀도 농민들의 생활에는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화물차량은 많이 다니고 있고, 공장이 들어와도 서로 조심해서 운전하면 더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대목에서 사정리 김현 이장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사정리 주민 가운데 보행, 자전거, 또는 경운기를 몰다가 사망한 주민은 최근 몇 년 간 8명 이상입니다. 사고를 당하고 장애를 입은 주민까지 더하면 정확히 이름을 기억하는 분 만 17명입니다.”

이야기 둘
군의회의 다음 일정은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인천시 고잔동 유진레미콘 방문이었다. 세세한 이야기는 빼자. 같은 5천평 규모에 사정리에는 26억짜리 시설의 공장이 서고 유진레미콘의 사업비는 140억이 넘는다. 무슨 비교가 되겠는가. 꿈만 같은 황홀한 설비의 구경을 마치고 공장장에게 물었다.

“옥천에 비슷한 규모의 땅이 있습니다. 단, 100여 미터가 넘는 비포장 농로를 진입로로 써야하고 접속도로는 인도 없는 편도 1차선 국도입니다. 상수도는 물론 안 들어오고 인근(최단 30미터) 100여 가구와 지하수를 나눠 써야 합니다. 이런 최신 설비를 바탕으로 옥천에 투자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공장장 임태영씨의 답변을 듣기 전에 먼저 밝혀 둘 것이 있다. 유진 레미콘은 공장 인근 6가구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관계로 지하수 고갈로 인한 주민민원을 차단코자 기꺼이 값 비싼 상수도를 사용한다. 그럼 답변을 들어보자.

“못합니다. 시설이 아무리 좋은들 레미콘을 싣고 육중한 차량들이 농로와 국도를 달리면 주민들이 견딜 수 없거든요. 주민들이 못 견디고 뛰쳐나오기 시작하면, 아니 아주머니 한 사람만 공장 입구에 드러누워도 사실상 영업은 끝입니다.”

다시 옥천이다. 군은 레미콘 사업계획을 승인했고, 업체는 군에 착공서류를 제출하고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야기 셋
여전히 한 가지 궁금증이 가시질 않는다. 도대체 결론이 불 보듯이 뻔한 일은 왜 조금의 차질도 없이 진행되는 것일까? 언뜻 지난 1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현지 조사 당시 만난 한 사업가(그는 현재 물심양면으로 고향의 생존권 지키기를 돕고 있다)의 말이 궁금증 해결의 실마리를 던진다.

“지금 대전과 완전히 인접한 공장 터의 땅값과 공장이 준공됐을 경우 발생할 프리미엄을 더하면 레미콘 수입이나 공장시설에 투자된 비용 정도는 아마 우습겠죠. 수익이 20억이 될지, 40억이 될지 모르는 일인데 그 `봉'을 잡고 마다할 사업자가 있겠습니까?”

물론 가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실화 됐을 경우는 책임질 사람 없는, 또 막을 수도 없는 완벽한 시나리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자! 열린 마음으로 군서 사정리의 문제를 보자. 다시 한번 레미콘공장 입주계획과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당신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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