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누가 감히 교감선생님을 욕보이려 하는가
[독자기고] 누가 감히 교감선생님을 욕보이려 하는가
전정표 〈동이면 적하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5.06.10 00:00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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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여중 교감선생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안타깝네요. 가슴이 아프다못해 멍멍합니다. 이제 61세, 아직도 천수가 한참 남았는데... 어설픈 애도는 차라리 사치일 것 같아 그만두겠습니다.

무엇이 평생을 순탄하게 살아오신 이 노교육자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거두게 만들었을까요? 

가족들에 의하면, 교감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교육감 과잉영접 논란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인데도 교장과 도교육청에서 누구와 짜고 했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면서, `내가 죽으면 죽었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겠느냐'고 말했다고 합니다.(오마이뉴스) 

즉 교장선생님과 도교육청에서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려 하였고, 교감선생님께서는 거기에 협조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천상 교육자‘이신 선생님은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 없어서 자진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하신 걸로 보입니다. 물론 저는 선생님의 행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의도는 없습니다. 

유족분들에게는 참으로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아무리 자신의 것일망정 ‘생명’만큼은 자신이 어찌해서는 안될 대상이기 때문에, 어떤 대의명분으로도 자살이라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배워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또 얼마나 비교육적인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거두는 그 용기로 차라리 이런저런 압력이나 회유 등을 그대로 밝힐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선생님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내부고발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내부고발자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남은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힘든게 바로 그것이지요.

당연히, 투사도 아니고 나이도 많으신, 평생을 ‘그저그런 교육자’로 살아오신 노교육자에게 있어서, 그런 식의 ‘내부고발’이란 어쩌면 죽음보다 더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내부고발은 고사하고 그들의 협조 요구를 끝까지 거절하다가는, 죽음보다 훨씬 무서운 ‘사회적 생매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유일한 개혁의 사각지대 교육계 내의 일이니까요. 

어쨌든, 선생님은 이미 가셨습니다. 이제 남은 우리가 할 일은 선생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지키려했던 것, 그것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답은 가족들이 전한 선생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목숨까지 버려가며 지키려했던 것은 바로 ‘양심’인 것입니다. ‘진실’인 것입니다. `정의'인 것입니다.

또한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려던 무리들에 대한 분노인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망각한 자들에 대한 회초리질인 것입니다. 옥천여중 교장선생님과 도교육청, 그리고 모든 교육계 인사들의 자성을 바랍니다. 

또한 옥천신문 게시판에 전교조나 처음 문제를 제기하신 선생님의 책임을 묻는 글을 올리시는 분들은 교감선생님께서 무엇때문에, 누구에게 분노하고 절망했을지,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지금 이런 행위가 바로 교감선생님을 욕보이는 짓인 것입니다. 

만약 이런 짓이 교육계 인사들의 의도적인 행위라면 즉각 멈추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이런 행동이야말로 교감선생님의 본의를 왜곡시킴으로써 결국 선생님을 두번 돌아가시게 하는 극악한 짓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왕 일은 벌어졌을망정, 뒷처리만큼이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oklove@ok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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