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탐방] 돈(豚)봤다
[먹거리탐방] 돈(豚)봤다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10.23 00:00
  • 호수 4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에서 청년 실업가로 적지 않은 돈을 만져 보기도 했던 양재훈(33)씨가 고향에 내려와 토종돼지 농장을 시작한 것이 97년. 어느 정도 토종돼지 사육이 본 궤도에 오르자 귀농 당시부터 계획했던 대로 금강변에 조그만 식당을 차렸다. 8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2개월 남짓하지만 돈봤다에서 맛볼 수 있는 토종돼지의 맛과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후덕한 인심의 양재훈 사장에 대한 소문은 이미 넓게 퍼졌다.

"아직까지 한우만큼 우리 토종돼지에 대한 육성이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작업들은 활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돼지도 고기의 질로서 승부를 할 시기가 분명 올 겁니다." 재래종 토종돼지를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운동장에서 방목을 하기 때문에 140근짜리 비육돈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량종에 비해 4개월 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고소한 맛과 쫀득쫀득한 육질의 고기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그 정도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양재훈씨의 설명이다.

'돈봤다'의 고기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계 층이 일반 돼지에 비해 조금 두껍지만 일반 돼지비계의 느끼한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청산 농장에서 직접 기른 최고의 토종돼지를 잡아 판매하는 돈봤다의 명성은 고기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식당을 염두해 두고 양재훈씨가 2년 전부터 어머니께 부탁해 담가 놓았다는 된장 맛이 우리 전통 먹거리를 찾는 미식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된장은 오래 묵을수록 맛이 난다잖아요. 그래서 2년 전에 집에서 기른 콩을 가지고 메주를 담가 놨었죠." 돈봤다의 된장찌개는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진해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입맛을 돋구고, 돼지고기 먹은 이후의 입가심으로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 "기왕 시작한 일이니까, 전국적으로 소문난 옥천의 명소로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이 부분에서는 최고가 돼야죠." 돈봤다의 양재훈 사장은 결혼도 미룬 채 명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농장이 있는 청산면과 식당이 있는 동이면을 오가며 꿈을 일구고 있다.
<가격표 designtimesp=2132>생고기 300g 6천원, 주물럭 300g 5천원, 냉면 4천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