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진정한 주민자치인가?
어떤 것이 진정한 주민자치인가?
제주 주민자치박람회를 다녀와서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4.11.05 00:00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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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청성주민자치위원장

지난해 청주박람회에 이어 두번째 제주행 나들이에 몸을 실었다. 한창 진행하던 가을걷이를 뒤로 미루고서의 여행이라 마음이 무겁고 홀가분하지 못하지만 이왕에 나선 몸, 더 많은 것을 얻어야 겠다는 다짐으로 어금니를 깨물어본다.

제주! 잘 정돈된 듯한 도시, 야자수 가로수, 돌담 틈으로 노랑감귤이 탐라제주의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것 같다.

박람회장의 규모 내용이 지난해 청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화려함은 마치 인쇄물의 전시장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부스 하나 하나를 돌며,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는지를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쉽지가 않다. 심사에 선정 되려면 이렇게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화려해야하는가?

수도권 경공업단지나 신 주거 도시가 주류를 이룬다. 연수구, 군포시의 몇 개동, 안산시, 성남시 등 지역적인 소외감마저 든다.

서양격언에 “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로운 자를 통하여 배우는 것 보다, 어리석은 사람을 통하여,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촌로들의 걱정 어린 충고와 요구 한마디, 어느 이장님의 조언 한마디가 생각나 우리 자치위원회에서 꼭 필요한 지혜를 얻어야 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둘째 날의 공연 발표를 보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제아무리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을 하고, 프로 못지않은 솜씨를 뽐내도 농촌인 우리지역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다.

그나마 제일 감명을 준 것은 어느 지방 원님(청원군 오효진 군수)의 모습이다. 이 영감님 제주 나들이에, 발표 팀에다, 의회의장님, 주민까지 몰고 와서 응원전 까지도 대단했는데, 발표장 바로 밑에 터를 잡으시고 오가는 모든 분들께 눈만 마주치면 말씀을 꺼내신다.

“약수 드시러 오세요, 사우나도 공짜.”

아주 이주해 오셔서 아이 낳으면 거금까지 주신단다. 뙤약볕 지루함에, 잠시 용두암 회 접시의 유혹에 넘어가, 잠시 정신을 놓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과연 우리 자치위원회에서는 어떠한 일을,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까? 무거운 마음으로 한라산 석양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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