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과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 그들을 찾아서
문인들과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 그들을 찾아서
임은상〈옥천여중2〉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4.11.05 00:00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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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옥천문화원에서 주최한 '문인들과 함께 떠나는 청소년 문학기행'. 이번 행사에는 옥천여중 16명, 옥천중 9명 등 모두 25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사진은 옥천여중 학생들.

지난달 30일, 옥천여자중학교 도서부원(16명)과 옥천중학교 도서부원(9명)이 문화원 앞에 모였다. 이들은 옥천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문인들과 함께 떠나는 청소년 문학기행’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이 문학기행의 목적은 근대시의 선구자 정지용의 고향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지용 시는 물론 현대 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신동엽, 한용운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학습하게하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학의 고장 옥천인의 자긍심을 일깨워주고자 열리게 되었다.

옥천문화원에서 출발하여 첫 번째 방문한 곳은 정지용 생가였다. 이곳에서 김성장 시인으로부터 정지용 시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2가지 숙제를 받았다. 첫 번째는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는 왜 어머니가 나오지 않는가? 이것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향을 생각한다면 어머니가 생각나고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고향이 떠오르는데 왜 이 시에는 어머니가 나오지 않는 걸까? 두 번째 정지용의 시는 88년도까지 알려져서는 안 되는 시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향수’를 포함한 몇 가지 시를 접해본 결과 독립에 대한 내용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럼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금지되었던 것일까?

숙제의 의문을 안고 우리가 향한 다음의 행선지는 ‘님의 침묵’을 지은 만해 한용운 시인의 생가였다. 그 곳에서 한용운 시인이 독립투사로, 스님으로 남긴 업적과 생애에 대해 듣고 생가 위에 있는 사당에도 들렸다. 한적한 곳이지만 넓은 터에 만해 한용운을 기념하는 많은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다. 머지않아 옥천도 정지용 문학 기념관을 현재의 생가터 뒤에 지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그 다음엔 출출한 배를 안고 식당으로 향했다. 한 그릇 가득 퍼주는 설렁탕과 배불리 먹고 신동엽 시비와 신동엽 생가가 있는 부여로 향했다. 가는 동안 차안에서 시외우기 콘테스트가 벌어졌다.

신동엽 시 ‘껍데기는 가라’와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외우면 상금으로 5천원과 1만원을 준다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현금에 눈이 먼 우리들은 정신없이 시를 외었다.

결국 시 ‘껍데기는 가라’를 외운 학생들은 5천원, ‘님의 침묵’을 외운 학생은 거금 1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백마강가에 자리 잡은 신동엽 시비는 주변에 있는 반공탑에 가려 쓸쓸히 자리 잡고 있었다. 선생님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신동엽의 시정신을 이야기 해 주셨다.

특히 4.19의 의미와 ‘껍데기는 가라’에 담긴 시정신을 새삼 강조하셨다. 신동엽 시인의 생가를 찾을 때는 부여 문화원 사무국장께서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신동엽 시인의 생가는 방금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처럼 시인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신동엽 시인 생가로 들어갈 때만 해도 노랗던 해가 어느덧 연한 주황색으로 바뀔 때 쯤 옥천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살아가면서 몇 번 할까 말까한 문학기행을 했다는 점과 우리나라의 어두운 시절에 태어나 나라를 위해 깨끗한 붓만으로 시를 쓰셨던 시인을 3분이나 알게 됐다는 점, 그리고 몇 날 며칠을 걸려 외울 시 두 편을 몇 시간 만에 달랑 외웠다는 점이 오늘 여행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준 옥천 문화원과 옥천여자중학교 도서 담당 조만희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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