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딸만 여섯인데요"
"우리집은 딸만 여섯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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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20 00:00
  • 호수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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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영이네 아빠와 첫째 보연이, 다섯째 유림이가 빠진채 가족사진을 찍었다. 제일 왼쪽이 연영이.

“너희 형제가 어떻게 되니?”
“딸만 여섯인데요.”

이렇게 대답하고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놀라움과 존경(?)의 표정, 뭐 이런것도 많이 익숙해져서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무덤덤한 상대방의 표정이 낯설정도이니까.

사람들은 흔히 우리집을 `딸부잣집'이라 부른다. 딸만 여섯이라 붙여진 우리집의 애칭. 하지만, 그 `부자집'이란 단어에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지금부터 그 비밀을 살며시 공개할까 한다.

우선 우리집 첫째 공주님, 이름은 김보연(17). 디자이너가 꿈이고 그런만큼 패션과 잡지책, 연예부문에 관심이 많다. 현재 우리 자매 중 키가 가장 커서 부러움의 대상이며, 동시에 게으름을 피울 때가 많아 미움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일하러 나가시면 막내 아림이의 뒷처리를 언니가 깨끗이 치워 꼭 필요한 존재이다. 또한, 맏이인 만큼 듬직한 면도 있다.

우리를 잘 챙겨주고,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해준다. 그 답변이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여서 도움이 되었다기보다 피해를 입은적이 더러 있지만. 그리고 둘째 공주인 나 김연영(16). 공주라기 보다 왕자란 단어가 더 적합하지만, 집안일에 있어서는 정말 여자가 된다. 꼼꼼한 편이어서 방안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가장 많이 머리가 빠지는 사람은 나여서 가끔 대머리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가장 많이 잔소리를 하며,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이것저것 요리를 하여 동생들에게 준다. 또, 아림이의 뒷처리는 언니 담당이지만, 우유는 주로 내 담당이다.

다음은 셋째 공주 수연이(15).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해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자신이 싫어하는 건 죽어도 하기 싫어하며, 내가 해주는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어준다. 그래서 나보고 밥해 달라는 때가 많고 다섯째 유림이와 자주 다투면서도 정이 많아 유림이가 필요한 것을 사다주기도 한다. 내가 언니랑 다투면 수연이는 꼭 내편을 들어주며 아림이를 가장 많이 돌보지만, 가장 자주 울리기도 한다. 그리고 아림이의 구토물 담당이다.

넷째 공주님 유진이(13). 정말 짠순이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 사지 않는 투철한 소비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놀려대기도 하지만 착해서 심부름도 제일 잘하고 놀림도 꼭 참는다.

나처럼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유림이의 숙제를 잘 도와준다. 혼잣말을 잘해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잘하며 웃음이 많다. 긴 머리를 자르고 싶어하지만, 아빠께서 긴머리를 좋아하셔서 함부로 자르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공주님 유림이(10). 무엇이든 잘먹어서 `돼지'라고 놀림받는다. 가끔씩 아빠가 먹을 걸로 약올리면 삐져서 울기도 하지만, 금방 풀어지며 순진해서 잘 속아넘어간다. 어린게 자기보다 어리다고 아림이 돌보는 걸 보면 기특하기까지 하다. 나이로 따지면 다섯째지만 집안에서 서열은 아빠의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넘버 원이다.

막내 귀염둥이 공주님 김아림, 이제 겨우 14개월 되었는데, 얼마나 말썽꾸러기인줄 모른다. 마당에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물장난을 좋아해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이다. 얼음도 잘 먹고 강아지 꼬리를 잡으며 장난을 잘 친다.

`언니'란 말을 아직 못하지만 대신 우리한테 엄마라고 부르면서 업히면 얼마나 귀여운 줄 모른다. 수많은 서랍중 유독 내서랍만 어지럽혀서 밉기도 하지만, 잠들어 있거나 안보이면 너무 허전하다.

이상, 이것들이 바로 그 비밀이다. 행복! 행복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부자인 것이다. 행복이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미소, 추억하나가 행복인 셈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우리 여섯자매, 10명의 대가족이란 것 외에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족이지만, 우리 가족들에겐 특별하다.

이제부터 여러분들도 특별한 비밀 하나씩 키워보는 건 어떨까?

쉿! 행복부자가 되는 비밀말이다. 

김연영(안내중3) 청소년기자 neverbest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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