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도 면내 목욕탕 설치 움직임… 운영비 과제는 여전히
이원도 면내 목욕탕 설치 움직임… 운영비 과제는 여전히
안남·청산 이어 이원·군서에서도 목욕탕 설치 목소리
이원, 면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 통해 목욕탕 설립 추진 계획
이웃 영동은 ‘1면 1목욕탕’ 준비 “운영비 예산지원 필요해”
  • 이훈 기자 pai@okinews.com
  • 승인 2022.07.22 13:34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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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서 읍으로, 옥천에서 대전·영동·보은으로 ‘원정 목욕’을 다니면서 큰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이, 이제는 면 안에서 해결책을 찾자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수 년째 면 내 목욕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체 사업과 공모 사업을 통해 목욕탕 건립에 들어간 안남과 청산 외에, 최근에는 이원과 군서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군의 전향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 

고령층의 건강과 직결된 목욕 시설의 필요성은 경로당 내 찜질방을 운영하는 등 작은 마을 단위의 사례에서도 쉽사리 관찰되지만, 주민들의 모임공간이자 필수위생시설로서의 충분한 규모를 갖춘 면 내 목욕탕의 모습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군의 지원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의 면에 기초 시설인 목욕탕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1면 1목욕탕’ 기조 또한 이웃 지역에서 관찰되는 가운데, 옥천은 목욕비 지원 조례조차 계류 상태인 상황으로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청산면 내 목욕탕의 필요성을 수 년째 제기해온 백운리 박선옥 이장은 “목욕은 건강의 첫 번째 조건이다. 잘 씻지 못한 어르신들은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옛 농촌의 집 구조 특성상 목욕시설이 갖춰진 집이 잘 없거나 가스비나 기름값 걱정을 먼저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목욕탕에 가기 위해 보은이나 영동으로 나가시는데 시내버스 노선이 열악해 하루를 다 소비하는 데다 목욕비에 교통비, 점심값까지 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원·군서 주민들 원정 목욕에 “면 내 목욕탕 설치”요구

우리지역 8개 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이원에서는 최근 ‘공공 목욕탕 설립’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원면이 행정안전부 사업인 인구감소지역 주민참여형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마을발전 계획 수립을 위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면 내에 목욕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

김연철 이원면장은 “소생활권 사업을 준비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목욕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 주민자치회, 청년회, 이장협의회 등 지역 기관·단체들이 옛 정수탕 자리에 공공 목욕탕을 지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생활권 사업을 통해 목욕탕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소생활권 사업은 지역이 주민주도로 마을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 해당 사업 중앙부처를 매칭해 소생활권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업 간 상호 연계나 투자협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마중물’ 사업이다. 때문에 당장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온 건 아니지만, 주민 수요 조사를 통해 노인·청소년 돌봄 공간이 포함된 복합문화센터 형태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 안에는 목욕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데 뜻이 모인 상황이다.

소생활권 사업의 추진위원인 조성기 이원면이장협의회장도 “많은 주민들이 목욕탕 건립을 원하고 있다. 목욕탕을 가려고 읍까지 매번 나가야 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이번 사업에 목욕탕 설치를 포함시켰으면 하는 의견이 들어왔다. 목욕탕이 들어서면 회의나 장을 보기 위해 면소재지로 나오는 어르신들이 이용하기도 편하고, 어르신들이 교대 직원으로 근무해 노인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 같이 주민들이 ‘위생시설이자 모임공간’이라고 입을 모으는 목욕탕 설치 요구는 군서에서도 일고 있었다. 군서면 내 목욕탕 설치는 군서면민협의회를 중심으로 민선 7기 때도 요구한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군서면주민자치회 이원형 회장은 “면민협의회가 8가지 주민숙원사업 중 하나로 목욕탕을 꼽아 민선 7기 때 요구한 적이 있었다. 목욕탕을 가려고 금산이나 대전, 읍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이 커,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군서면이장협의회 김종범 회장도 “아마 목욕탕 건립 추진은 우리가 제일 먼저 했을 것이다. 면사무소 직원들과 목욕탕 선진 사례인 진안군 등에 견학도 다녀왔는데, 그곳 관계 공무원들이 목욕탕을 적극 추천하더라. 노인들의 삶의 질도 높아져 호응도 좋다고 들었다”라며 “동평리 마을회관 앞 옛 보건소 자리에 목욕탕을 세우면 좋겠다는 계획을 가졌었는데, 면 중앙에 위치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좋다”라고 말했다. 

■ “관건은 운영, 예산 지원 수반돼야”… 목욕탕 조례 만든 영동군은 ‘1면 1목욕탕’ 계획 추진

목욕탕을 건립 중이거나, 건립을 요구하는 면 지역에서도 관건은 공적 지원이 뒷받침된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렴하게 이용료를 받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지, 이윤 창출 등 효율을 목적으로 만드는 시설이 아닌 만큼 적자를 메울 공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40억원), 특별주민지원사업(12억원), 읍면특화발전사업(7억원)을 통해 목욕탕을 포함한 문화·복지 거점공간을 마련 중인 안남도, 여전히 지속가능한 운영 방법을 두고 머리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기붕 안남면장은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운영 방향을 잡고 있는데 행정에서도 도와줘야 한다. 주민들이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건 대단위주민사업비를 배분해서 하는 수밖에 없는데 다목적회관과 같이 목욕탕 조례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윤성희 사무국장도 “대단위주민사업비 1억5천만원을 최대한 써도 직원을 3명 밖에 못 쓰고, 군 행복일자리도 다 차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는 사회적 경제 일자리와 맞물려서 가야 한다는 기본 방향은 있지만, 인건비뿐만 아니라 연료비 등 운영비에서도 공적인 지원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옥천군에는 목욕이나 목욕탕과 관련한 조례가 없다. 지난 8대 의회 때 입법예고된 ‘노인 목욕비 및 이·미용비 지원 조례’가 현재까지도 계류 상태에 있지만, 목욕 시설이 없는 면 단위 사정까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이웃 지역인 영동군이 일찍이 ‘행복목욕탕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모든 면에 목욕탕을 세우려는 계획에 눈길이 쏠린다. 영동군은 올해 초 기존에 목욕탕이 건립된 영동읍·상촌면·학산면에 더해 나머지 7개 면에도 전면 설치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북 김천이나 전북 무주 등으로 도 경계를 넘어 원정 목욕을 나가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 기초시설 목욕탕, 효율만 따져선 안돼

영동군 주민복지과 노인복지팀 김호욱 팀장은 “나머지 면의 세부적인 목욕탕 설치 기본계획은 내년 정도 돼야 윤곽이 나올 거 같다. 설치 타당성이나 종합적인 제반 사항들은 올해까지 군이 직영하기로 한 추풍령 행복목욕탕을 시범운영하면서 나오는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다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풍령 행복목욕탕을 건립하면서 목욕탕과 관련된 조례와 시행규칙이 제정됐는데, 운영비 지원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자부담이 있더라도)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군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동군은 영동읍 부용리에 들어설 고령자 복지주택에도 부설로 300㎡ 규모의 목욕탕을 짓고 있다. 

이에 황규철 군수는 면 단위 목욕탕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군 차원의 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은 자부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공론화를 통해 목욕탕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송윤섭 군의원은 “도시나 읍내에서는 목욕탕이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는다.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옥천군이 균형발전 측면에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 편의시설을 확보하려면 효율만 따져선 안 될 것”이라며 “관건은 운영인데 회원제를 통한 자부담이나 주민지원사업비 사용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군이 면 단위 목욕탕 별로 운영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외식 군의원도 “이원에 목욕탕이 포함된 복합문화시설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목욕탕 설치 필요성에는 당연히 공감하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당연히 힘드니 공적인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의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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