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탄초교 분교장된 첫날의 모습
지탄초교 분교장된 첫날의 모습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09.04 00:00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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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공식적으로 이원초등학교 지탄분교장으로 바뀐 지탄초등학교 9시 30분. 아이들이 복도에 들어선 낯선 이방인에게 보낸 눈길은 "새로 온 선생님은 아닐까?" 하는 의심(?)과 기대의 눈초리였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세요?" 아니라는 대답에 아이는 괜히 법석을 떨었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자신의 교실로 들어간다. 10명 남짓 둥근 책상에 둘러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조잘거리기도 하는 아이들은 학교가 분교로 바뀌었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다.

"이제 운동회도 안 하든지, 아니면 이원초등학교 가서 한대요?" "졸업식도 이원초등학교에 가서 해야 되고 상도 조금밖에 못 받는데요." 6학년 아이들이라 그런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문제부터 시작을 해서 학교보다는 규모가 작은 분교라는 명칭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인가 보다.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7년이 넘게 같이 지내서요. 정말 친해요, 학년이 바뀌어도 몇몇 아이들끼리 밥을 따로 먹지 않아도 되고 서먹하지도 않고 너무 좋아요." 얌전히 앉아서 또박또박 말을 잘하는 미애의 얘기다. "왕따도 없어요, 하자고 그래도 애들이 싫다고 그래요."

분교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대해 제일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장훈이도 한마디 거든다. 아이들은 반 아이들이 30명이 넘는 큰 학교가 아니어서 좋은 이유들을 서로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주도에 있었을 때는 축구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여기는 막 하라고 그래서 정말 좋아요."

제주도에서 전학을 왔다는 지훈이는 주변 아이들의 귀여운 협박도 있었지만, 제주도에서 다녔던 큰 학교보다, 지금의 학교가 더 좋다고 말한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자습을 마치고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겠으니 운동장으로 모여주세요." 교실에 설치되어 있는 앰프에서 흘러나온 소리다.

과거에는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을 운동장은 43명의 학생들이 채우기에는 조금 넓어 보였다. 1945년에 개교를 하고 올해 51회 졸업생을 배출한 지탄초등학교, 2천7백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한 지탄초등학교는 이제 지탄 분교장이 되었다. '교실에 오밀조밀 모여 앉아 경쟁보다는 서로에 대한 배려를 먼저 배울 수 있는 작은 학교가 언젠가는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새로운 담임을 맞는 설레임을 안고 교실로 뛰어들어가는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을 보며 떨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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