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원들여 감응신호구축사업, 홍보 안해 사고날라
18억원들여 감응신호구축사업, 홍보 안해 사고날라
교통원활 사고예방 차원 설치됐지만, 사고위험 민원 급증
군북 증약-이원 국도4호선 구간 14개소 설치했지만, 설명회는 단 4곳만
펼침막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아, 전단지, 알림판도 없고 공청회도 안해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20.02.07 11:20
  • 호수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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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원이 주입된 감응신호구축사업이 홍보부족으로 오히려 사고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감응식 교통신호 구성도

18억원 가량 든 '국도4호선 감응신호 구축사업'이 설치 전후 제대로 된 홍보가되지 않아 주민 불편과 사고 위험이 커졌다.

이 사업은 국비 지원사업으로 옥천군이 사업을 유치하면서 기대가 많이 됐지만, 시행초기부터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복지부동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을 수행하는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와 관리주체인 옥천군, 옥천경찰서까지 세 주체가 협업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예산 17억9천900만원(국비 82.65%. 군비 17.35%)이 소요되는 이번 사업은 국도 4호선 군북 증약부터 이원 구간까지 총 25개소에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개소당 설치예산이 많이 소요되면서 14개소로 축소됐다. 

이 사업은 국도 4호선에 대형차량의 통행량 과다로 도로가 혼잡해지면서 교차로의 불필요한 신호대기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감응신호를 구축하여 신호위반 감소 및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보행자는 횡단보도 옆 설치된 신호등의 버튼을 누르면 보행 신호가 켜지고, 좌회전 차량의 경우에는 설치된 파란 실선의 박스 형태에 차가 대기하고 있으면 신호가 켜진다. 차량과 사람이 많이 안 다니는 마을 위주로 감응신호를 구축했다. 

설명을 들으면 얼핏 '유용'해 보이는 이 사업은 절대적인 '홍보 미흡'으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는 커녕 되려 교통사고의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고령의 노인들은 버튼을 누르는 방법도 몰라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 신호를 멍하니 한참 쳐다보다가 무단 횡단하기도 해 사고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파란색 실선 상자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차량도 좌회전 신호가 계속 켜지지 않자 그냥 임의로 회전하는 등 교통사고의 위험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동이면 용운리 앞 동네 마트를 운영하는 박남규(75)씨는 매번 횡단보도에 노인이 서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글쎄 내가 참 고민이죠. 내가 쫒아나가서 버튼을 눌러 주기 위해서 바깥만 쳐다볼 수는 없잖아요. 노인 양반이 횡단보도 앞에 무턱대고 서있어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파란색 불이 절대로 안 바뀌어요. 눌러야 바뀌죠. 버튼을 누른다고. 파란불이 바로 켜지는 것도 아니에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바뀝니다. 상당히 불편해요.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도 몰랐지. 내가 가끔 내려가서 할머니들이 그냥 서있거나 무단횡단을 하려고 하면 놀라서 뛰어나가요.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죠. 학생들도 모르고 있다가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처음 나온 할머니들은 20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군북면 이백리 이철우 이장도 같은 고민을 토로한다. 이미 이장과 군수와의 대화에서 건의도 했고 민원도 여러차례 제기를 했다고. 이런 지속되는 민원으로 군북면 이백리는 감응신호로 구축했다가 원래 신호로 변경했다. 

"불편하다는 민원이 엄청 많았지. 내가 오죽하면 군수한테도 건의하고 민원도 계속 제기했지. 여기는 그래도 제법 통행이 많은 편인데 파란 선 안에 삐뚤게 서 있으면 신호가 안 들어와서 10분이고 20분이고 기다리다가 그냥 간다니까. 그러니 무단횡단을 하거나 신호 위반하는 경우가 빈번한 거야"

대전 가는 607번을 많이 타서 익숙한 옥각리 주민들은 그래도 잘 적응한다는 편이다. 옥천읍 옥각리 강승언 이장은 "대전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감응신호 시설에 대해 금방 배우고 잘 이용하는 것 같다"며  "원래 비보호라 위험했는데 차량신호체계가 생겨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만, 시설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불편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보행자 작동신호기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변경된다.
감응식 교통신호등

■ 설치된 곳은 모두 14곳, 공청회는 4곳만

이런 감응신호 구축사업이 시행된 곳은 #1증약삼거리, #2군북파출소사거리, #3군북면사무소 삼거리, #4백석마을삼거리, #5환경시설공단삼거리, #6옥각교 삼거리, #7응천교삼거리, #8지암교사거리, #9군남초입구삼거리, #10원각사거리, #11원각삼거리, #12용운삼거리, #13평산삼거리, #14적하삼거리 등 총 14곳이다.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구축사업이 모두 완료되고 이미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고작 공청회를 한 곳은 불과 4곳 뿐이라고 밝혔다. 

펼침막도 설치했다고 하는데 남아있는 곳이 드물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펼침막에는 '국도4호선 옥천군 응천교삼거리 6개소 감응신호 구축사업(전기통신)으로 인하여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만 써 있어 주민들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전단지도 없었고 해당 마을 이장을 모여 놓고 하는 설명회도 없었다. 

이런 사업은 설치 전에 주민의견 수렴을 하고 설명을 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임에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미 설치된 후 민원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설명회를 하고 알림판을 제작해 만드는 것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19년 5월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와 '국도4호선 감응신호 구축사업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설명을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마을 주민들에게 하지 않은 것. 

옥천군은 사업 시행주체인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에 책임을 미루고 있고 옥천경찰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만 하며,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 측은 '이제서야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이 사업은 준공 후 신호 운영은 경찰서, 시설물 유지관리는 지자체, 검지기 관리는 국토사무소가 하도록 되어 있다. 

군 도시교통과 배종석 과장은 "마을에서 민원이 많이 제기되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지적하신대로 시급하게 임시 알림판 설치 등 필요한 방법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 한 관계자는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가 사업 시행주체인데 제대로 하지 않아 당장은 이관받지 않을 계획"이라며 "완벽하게 구축된 다음에 군에서 이관받아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옥천경찰서 교통관리계 담당자는 "제대로 주민 홍보가 안 된 건지 모르는 주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사고 위험이 상존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 해당 관계자는 "펼침막은 군데 군데 붙여놓긴 했는데 수거해 가 없는 개소가 많고 공청회는 4곳 밖에 하지 못했다"며 "시행착오가 있었다.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주민 홍보와 설명회도 더 개최하여 빠르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통행량이 많은 군북면사무소 삼거리는 감응신호에서 기존 신호로 다시 변경했다"며 "이후 전반적인 부분을 보완한 후 옥천군에 이관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첨단도로안전과 이길재 사무관은 "감응신호구축사업은 주민 홍보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해당 사업 시행 관청에 홍보를 제대로 하라고 적극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A씨는 "옥천군, 보은국토유지관리사무소, 경찰서 등 세개 공공기관에서 함께 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빈틈이 많고 허술할 수가 있냐"며 "18억원이나 들어가며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설치한 사업이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 설치장소

1.증약삼거리 
2.군북파출소사거리
3.군북면사무소삼거리
4.백석마을삼거리
5.환경시설공단삼거리
6.옥각교삼거리
7.응천교삼거리
8.지암교사거리
9.군남초입구삼거리
10.원각사거리
11.원각삼거리
12.용운삼거리
13.평산삼거리
14.적하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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