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분고 마지막 야영활동
화성분고 마지막 야영활동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1999.08.28 00:00
  • 호수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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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초 화성분교장 앞에 우뚝선 장구봉은 오후들어 어느 곳보다도 먼저 화성분교 운동장에 산그늘을 길게 드리운다. 24일 뉘엿뉘엿 화성분교의 오후는 어느덧 깊어가고 모교에서의 마지막 야영활동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24일, 25일 학교 운동장에서 청성초 화성분교장 어린이들은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모교에서의 마지막 추억 만들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에는 화성분교장에서 그동안 써왔던 각종 물품을 본교인 청성초등학교로 보내는 이삿짐 나르기. 어린이들은 직접 본교로 이사가는 물품 하나씩을 들어 나르며 폐교되는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거포리 앞 냇가에서 멱도 감고 물고기도 잡는 등 즐거운 활동. 농촌 일손을 잠시 접어둔 학부모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어머니회 회원들은 학생들이 먹을 저녁을 준비하느라 시장을 다녀오고 준비한 닭(저녁 메뉴는 삼계탕이었다)을 솥에 넣고 삶는 등 바쁜 일손을 놀린다.

오후에는 화성초등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개통식과 마지막 교지인 '장구봉' 전달식을 가졌다. 이어 모교에서의 마지막 캠프파이어 어린 가슴들도 없어지는 자신들의 학교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섭섭하고요. 여기서 우리끼리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분교될 때와는 기분이 달라요. 지금은 학교가 아주 없어지는 것이잖아요." 6학년 염혜순 양. 학부모들은 '작은 학교 지키기'에 실패한 자신들의 경험담을 입에 담으며 못내 아쉬워한다. "너무 아쉬워요. 우선 학교가 지역에 있는 것하고는 주민들의 느낌이 다르죠.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아빠같이 생각하고 학부모들도 한 가족처럼 지냈는데." 어머니회 홍순옥(42) 회장은 학교가 폐교되기까지의 과정에 상당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억울해도 이제 와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같이 전국적으로 '작은 학교 지키기' 같은 모임이 꾸려져 있었다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32명의 화성분교 어린이들은 이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일이 한가지 더 주어졌다. 이들의 야영활동은 없어지는 학교에 대한 마지막 정들이기이자 정을 떼기 위한 과정의 하나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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