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면 평곡리] 군서딸기 진원지, 이젠 쇠퇴해 포도나무가 심어져
[군서면 평곡리] 군서딸기 진원지, 이젠 쇠퇴해 포도나무가 심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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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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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새마을운동이 막 시작될 무렵 군서면 평곡리에는 달콤새콤한 새 특산물이 선을 보였다.  다름아닌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군서딸기 재배의 시작이었다. 당시 평곡에 거주하던 곽춘호씨를 비롯 은행리의 서진석씨 등 5집이 딸기묘를 재배한 이래로 딸기 하우스는 군서면 벌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딸기재배는 불과 2~3년 사이에 평곡 전농가의 거의 80%에 이르는 농가가 딸기재배에 참여하게 된다. 이때부터 군서딸기의 명성은 높아갔고 옥천군의 특산품으로 자리잡아갔다.  십수년간 옥천군의 특산품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평곡딸기는 이제 단 한가구도 재배하지 않은 채 명성만 남겨 놓았을 뿐 이제는 은행리, 사정리 등지에서만 재배하게 되었다.

평곡딸기 재배농가가 현재 단 한가구도 남지 않게 된 데는 뭐니뭐니해도 노동력의 노령화 및 이농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젊은이의 바쁜 일손을 필요로 하는 딸기재배였으니 농가들의 노령화가 딸기재배 쇠퇴를 가져온 원인이 된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산품의 품종을 바꿔야 될 때가 왔음을 인식해서인지 최근들어 마을의 농가들은 포도를 심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심어진 양만해도 상당한 면적에 이르고 있으며 전체 112가구중 94년까지는 약 40호의 농가가 포도배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중 비농가를 제외시킨다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농가가 포도재배에 참여하고 있는 얘기이다. 70년대를 풍미했던 딸기대신 포도가 평곡의 주요생산물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두개의 자연마을중 37번 국도에 위치, 동산리와 함께 군서면 소재지를 형성하고 있는 벌말보다는 중산리에 가까운 30가구가 거주하는 골말에 포도농가가 많다. 골말은 본래 경주이씨 집성촌이었다. 현재도 30가구 중 4가구만을 제외한 26가구가 경주이씨로 구성되어 있다.

평곡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가 크게 네가지 있다. 거의가 군서면 전체주민들과 연관이 있는 문제로서 이 마을 경지면적의 1/3 가량을 점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이 그 첫째 문제이다.  두번째 문제는 현재 마을의 중심을 통과하고 있는 37번 국도의 외곽이전이다.  세번째는 마을주택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논밭으로 고속전철 노선이 확정되어 마을이 소음 및 진동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며 국도가 지나면서 주변이 `접도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 네번째 문제점이다. 

현실적으로 인명사고로 연결되는 우회도로 개설문제는 주민들로서는 가장 절실한 문제중 하나이다.주민들은 현재 소재지를 통과하는 차량이 부쩍 늘어난 국도를 서화천변 제방 쪽으로 이설해주길 요구하고 있다. 평야지대로 대대로 벼농사를 주업으로 해왔던 이곳 주민들.  이제는 상업이다 직장이다 하여 제법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은 마을 가운데 위치한 팽나무이다.

수령이 200년으로 군 보호수이기도 한 이 팽나무 둘레로는 시멘트가 시설되어 있고 나무그늘을 배경 삼아서 '관풍정'이란 시멘트 정자가 여름이면 사람을 반긴다.  관풍정과 함께 특히 흥미로운 일은 팽나무 옆에 사람 키만한 높이의 죽은 소나무가 있다는 사실.  이 소나무가 가장 크게 자랐을 때는 가지만도 50m에 달했다고 전하니 본래 나무 크기가 얼마였던가는 상상에 맡긴다 해도 이 아름드리 소나무는 언젠가부터 마을 산제를 모실 때 조금씩 깎아 향을 피우는데 사용되고 있다.  지금도 예외가 아닌만큼 김희선(74) 노인회장에 따르면 대대로 물려온 전통이란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그 어디에도 있는 출향인 모임이 이곳에서는 특히 활성화되어 있다. 평곡친목회가 그것으로 연령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  따라서 30대(회장 이상무), 40대(회장 이수열), 50대(회장 노홍남) 등 모임에서 마을에 쏟는 관심은 매우 크다.  정희태(대전MBC 보도국장)씨, 김희천(청주KBS 노조위원장)씨, 이길우(대전거주)씨 등이 중심인물로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이 있으면 으레 참석하고 있다.

마을주민들 중 김은희 부녀회장이 효부로 칭찬을 받고 있고, 이상주씨는 포도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농가로 농가소득이 높다.  겉으로 평이하게 보이는 평곡. 딸기를 면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고도 포도로 주산물이 바뀐 마을. 평곡 주민들은 겉으로 드러난 모양보다는 은근히 안으로 뭉치는 힘을 과시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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