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현동리] 부녀회 활기 넘치는 화합된 마을
[동이면 현동리] 부녀회 활기 넘치는 화합된 마을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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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현동리

옥천읍에서 차를 타고 수북리로 들어가노라면 이젠 상수도 보호구역에서 풀린 수북리 일대에 인접한 대청호와 그곳에 모여든 낚시꾼들을 밤낮없이 만난다. 똑바로 가면 석탄리요,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동이면 내륙순환도로이니 강을 끼고 도는 내륙순환로를 따라가다보면 동이면 현동리를 만날 수 있다.

옥천읍에서 출발해 8km 지점. 옥천읍 동정리를 지나 석탄리와의 갈림길까지 하루 네차례씩 내륙의 중.고교 학생들을 통학시키기 위한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92년 완공된 새포장 도로를 따라 1km 남짓을 지양리와 현동리 학생을 비롯, 볼 일이 있는 주민들이 걸어나와 버스를 이용한다.

구릉같은 야트막한 산이 포근하게 감싼 형국을 한 지형에 올망졸망한 집들이 의좋은 형제들처럼 들어앉아 있다. 언뜻 보기에도 별다른 특성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옛농촌의 모습인지라 마을로 들어서는 발길이 편한 느낌을 가진다.  마을 앞으로 약간은 계단식으로 된 논들이 이 마을 사람들의 수입원이다.

"어떻게 전부 손으로 벼베기를 하셔요? 일손도 없을텐데"  "기계로 벨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계로 베면 소에게 먹일 여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손으로 묶어야 짚을 보전할 수가 있는걸요"  요즘 농촌의 기계화 영농이 눈에 익었던 터라 유난히 손으로 벼를 베는 모습이 많은 마을에 들어선 한 낯모를 방문객(?)에게 논에서 일을 하다가 사람소리에 허리를 편 노부부가 굳이 손으로 벼를 베야하는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여느 농촌의 마을과 같이 이 마을에서 만나는 주민들 역시 여러가지 마을걱정을 앞세운다.  "마을 자랑거리가 어딨어? 그냥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인데" 라는 말속에 녹아있는 농촌에서의 고달픔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인근에 옥천읍 수북리에 연일정씨 문중이 많이 살았던 탓인지 이 마을에서는 김해김씨와 연일정씨가 가장 오래도록 터전을 잡은 문중이라고 김홍영(57) 이장이 귀띔한다.

지금은 거의 떠나 특별히 집성촌을 이루는 성씨는 없으며 54가구에 180여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옛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현동에서 역시 주민들의 가장 큰 소득원은 벼농사. 한때 참깨를 많이 재배했으나 연작으로 인한 피해로 현재는 재배면적이 많이 줄었고 기타 인삼이나 포도.복숭아 등 과수가 그나마 재배되고 있는 작목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 한정되어 있음으로 해서 이곳 주민들이 해마다 추곡수매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기대도 정부의 최근 몇년간 계속된 수매량 감축 및 수매가 소폭인상이란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들판이 넓은 평야지대보다 돌아오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추수철만 되면 주민들의 한숨이나 체념이 높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돈 만들기'는 역시 일반 미곡상들에게 헐값에라도 쌀을 찧어 판매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산지출하'라는 것인데 이럴경우 80kg 한가마를 따져서 수매가보다 적어도 1만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농업정책 및 유통구조가 빚어낸 일이건만 산지 농민들은 어쩔수 없이 매년 당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92년에는 마을로서 두가지 숙원을 풀었다. 

하나는 옥천읍 수북리에 위치한 옥천읍 취수장으로 인한 상수도 보호구역이 이원면 용방리로 상수도가 이전함에 따라 해제되었다는 것. 그동안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인해 주민들이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아온게 사실이고 보면 한주민의 표현에 따른 해도 '대청댐으로 인한 피해를 옥천사람들이 다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중 제약조건에서 하나가 풀렸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좋은 일이라고.

또 하나는 92년 동이면 정주생활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포장한 동이면 금암리-옥천읍 수북리간 도로의 완공. 이 도로는 옛부터 비포장으로 남아 있어 주민들이 면사무소를 다니기에도 불편을 겪어왔던 도로로서 일단은 농산물 생산 및 출하를 위한 기반은 닦인 셈이다.  2차선 도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민들로서는 기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 따르는 주민들의 희망사항이 하나 더 생겼다. 현재 동이면 금암리까지 운행하고 있는 시내버스를 순환시켜 달라는 것.

아직껏 시내버스의 적자운행 등의 문제로 해결되고 있지는 않으나 계속적인 주민숙원으로 남아 있을 듯하다.  "앞으로는 분명히 짐승 때문에 농사 못짓는다는 소리가 나올거예요. 누가 가서 땔감을 해요 가시덤불을 쳐요"  비로 인해 넘어진 줄로만 알았던 벼를 노루가 한 짓으로 판명되었을 때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박준상 새마을지도자의 말에서 보듯 노루.멧돼지.까치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생동물 보호도 중요하지만 농작물 피해를 줘서야 되겠습니까? 포획허가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주민의 말이 수긍이 간다.  특색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시도했던 6~7년전의 염소단지 조성사업에는 15가구 정도가 참여했으나 거의가 사육기술 등의 부족으로 실패하고 김천만씨 등 몇가구만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마을 노동력이 거의 노령화된 현재, 할 수 있는 사업으로 한우사육단지라도 조성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으로 남아 있다.

이 마을에선 특히 부녀회의 역할이 활발하다. 빈병모으기, 수세미 팔기 등과 모내기, 벼베기 등의 공동작업을 펼쳐 기금을 조성, 자신들의 관광은 물론 매년 5월이면 효도관광을 책임진다.  마을을 위해 애쓰는 출향인으로는 이팔원씨와 손경문, 현태용(대전)씨, 정구형(청주), 정희구(서울)씨 등이 있다.  공동목욕탕을 건축하는 것이 소망인 이 마을은 화합하고 단합이 잘 되는 마을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다독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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