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율티리] 밤나무 많아서 '밤티' 한자화 돼 율티로
[안내면 율티리] 밤나무 많아서 '밤티' 한자화 돼 율티로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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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면 율티리

안내면 율티리. 옥천읍에서 안내면에 이르러 지난 94년에 완공된 신촌교를 건너 월외리를 향하는 군도를 따라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세번째 마을이다.

이쪽 방면의 주민들이 모두 그렇듯 신촌교가 완공되기 전에는 소재지를 거쳐 가야 했지만 이젠 바로 갈 수 있는 교량이 가설되어 한결 편리해진 교통이 주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라야 35가구 90여명에 불과하다. 행정구역상 도율리로 통칭되는 이 마을은 안내면내에서도 가장 작은 마을의 하나이다.율티라는 마을 명칭에서의 율(栗)자는 물론 '밤'을 뜻한다. 율티라 한 것은 마을의 앞뒤로 산이 높아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아 식량걱정이 많았던 탓에 온 마을에 밤나무를 많이 심었던 데서 유래된다.

자연마을로는 '밤티'라 불리는 이곳은 마을 지명이 한자화되면서 율티라 했다.  인근의 도가실 마을과 합해 도율리라 부른 것은 1914년 행정구역 일제조정 후였다. 옛부터 율티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던 밤나무는 이제 별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앞.뒷산에 들어섰던 밤나무를 베었기 때문이다.

35가구에 주민들의 수가 1백명에도 달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주민들이 노인층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60세 이상 인구수가 29명에 달하니 마을 인구의 30%가 60세 이상의 노년층이다. 혼자 사는 노인과 두 내외만이 살고 있는 가구수가 많기에 마을의 농사인력은 항상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이 마을의 농사 수입이라야 보잘 것 없다.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보니 새롭게 소득작목을 심는다는 것도 잘 실행되지 않는 것은 물론 농경지가 많지 않은 점과 아울러 마을 명칭에 대한 설명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앞.뒷산이 가려져 일조량이 부족한 것도 특별한 농업소득을 얻지 못하게 한 요인이다.  해마다 행해지는 추곡수매 현장에서 율티리에서 생산되는 벼의 등급이 가장 낮게 책정되는 것도 이러한 요인 때문에 파생되는 일이다.

전통적인 벼농사에 고추, 참깨 등의 재배가 대부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농업소득이 낮은 대신 다른 방법으로 수입을 보전하는 방법을 찾았다. 말하자면 산판일이나 다른 마을의 농사거리가 있으며 품을 팔아 그 수입으로 사는 형태가 일반화되어 있다.  68세에 이른 주민들까지 산판일에 나서는 것이 율티리의 현실이다. 날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온 마을 주민들에게 일거리는 연중 끊이지 않고 제공된다.

어찌되었든 농경지가 좁고 별다른 소득작물이 없는 주민들에게는 끊이지 않고 연중 일거리가 있다는 점은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농사거리가 있는 집에서는 마을 내에서는 주로 품앗이를 통해 농사에 소요되는 인력을 해결한다. 우리의 옛 전통인 품앗이는 이렇듯 어려운 생활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율티리에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 지도 모르는 산제가 현재까지 명백을 이어온다. 마을 앞 동골이라는 골짜기에서 지내는 산제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일종의 신성시된 의식이자 연례행사이다.  또한 몇몇 주민들의 흉사와 관련지어 묘하게도 맞아 떨어지는 부문이 있어 현재에도 산제 만큼은 온갖 정성을 들여 지낸다. 동골 골짜기의 산제를 지내는 바위는 옛부터 전설과 비슷한 얘기가 전해온다.

산제 바위의 정면에 여자들이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일 때 얹는 또아리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를 두고 그 옛날 어느 여장수가 이 산제바위를 이곳 동골에 옮겨다 놓을 때 생긴 자국이라는 전설이다. 또 산제당 앞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물이 나오는데 이 물은 산제를 지낼 때 쓰인다. 

이 골짜기는 흔히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아무리 지네같은 생물이 보인다 해도 잡지 않아 지네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올해까지 산제를 지낸 주민들은 앞으로 마땅한 제주가 없어 제주찾기 고민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출향인과의 연계는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6∼7가구가 거주하는 밀양박씨 문중이 인근 월외리 서답벌에 맨 먼저 들어와 거주할 당시 함께 들어왔다는 추정이다.  마을 내에서는 부모를 모시는 박구보씨 부부가 가장 효심이 지극한 주민으로 꼽힌다. 

물이 귀한데다가 마을의 식수원 대부분이 오염돼가고 있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따른 마을 식수대책이 가장 시급한 민원이다. 이에 관해서는 지난해말 착정한 농업용 관정을 상수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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