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면 용목리] "좋은땅 빼앗겼다" 수몰의 한 표현
[군북면 용목리] "좋은땅 빼앗겼다" 수몰의 한 표현
<1996년 10월 12일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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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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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북면 용목리

군북면 용목리 하면 대청댐 건설 및 대청호로의 수몰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대청댐이 생기면서 마을에서는 가장 좋은 땅이었던 대부분의논을 물 속에 수장시키고 지금은 먼 발치에서난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 용목리 구역으로 수몰된 좋은 땅은 모두 4만여평. 주민들이 지금까지도 아까워하고 있는 것은 용목리의 수몰된 땅이 현재의 옥천읍 시외버스 정류장, 그러니까 옛 우시장 터와 맞바꾸자 했을 정도의 좋은 땅이었다는 사실이다.

일제 때에는 이 마을에서 볍씨 종자를 파종했던 기억들도 주민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래서 이마을 주민들은 쉽게 말해 '좋은 땅을 빼앗겼다'는 말로 수몰의 한을 표현한다.

대청댐이 건설되고부터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직접적인 피해도 상당하다. 우선 군내 많은 마을이 비슷한 상황이긴 해도 지나친 환경규제로 인한 주민 생활의 극단적인 위축이다. 주민들에게 가장 크게 피부에 와닿는 불편함이란 역시 농로의 개설로 통한 영농편의 도모이다. 수몰로 인해 좋은 땅은 모두 없어지고 산비탈 농토만 남았는데 길이 제대로 개설되어 있지 않아 농기계 출입이 어렵다. 농로가 닦아져 있지 않은 면적이 6ha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

4개 자연마을 가운데 가장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 지파실이 95년에야 농업용수 혜택을 보았고 음지말의 경우는 농업용수가 확보되지 않아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군내 많은 마을에서 농로 포장이 숙원으로 꼽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청댐이 끼고 있다고 축산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것도 소득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점이다. 주민들은 국가의 환경정책 자체가 바뀌어 환경보전을 위한 규제를 받을지라도 주민들이 살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대책, 말하자면 축산의 경우에도 정화조 시설을 지원해주든가 환경규제를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숙원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에 마땅한 소득작목이 없는 것도 모두 대청댐 수몰로 인해 파생된 것들이다. 마땅한 작목을 찾으려 해도 좋은 땅은 모두 수몰되고 천수답 밖에 남아있지 않아 새로운 소득작목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땅이 마땅치 않아 주민들은 수몰선 안에 있는 부지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작목도 물론 한정되어 있다. 대청호에 물이 차올라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잎담배가 제격이다. 잎담배를 재배하더라도 갑자기 비가 와 물이 차올라 오면 주민들은 배를 타고라도 잎담배를 수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런 경우는 실제로 있었다.

수몰선 안에서 지을 수 있는 농사꺼리가 많지 않다 보니 주민들은 잎담배 경작에 많이 매달렸었다. 그렇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쉽지 않게 돼버렸다. 노동력이 갈수록 없어지고 노령화 되었기 때문이다. 96년의 경우 10가구 정도가 남았다. 용목리에는 4개 자연 마을에 57호 2백여명의 주민들이 산다. 대청댐이 생기기 이전엔 최고 80호까지 살던 마을이었다.

본래 환평리에 속해 있던 마을로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지파실(支巴)의 '지'와 보오리의 '오'자를 합해 지오리라 했다. 지오리라는 명칭에는 두마을을 조합한 의미도 있지만 전체 자연 마을의 갯수가 다섯개 마을이라는 점에서도 얘기되고 있다. 즉 용목 마을의 가장 큰 마을인 지파실과 양지말, 음지말, 마작골 등 과 함께 지금은 행정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보오리까지 모두 다섯마을이 이에 속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본래 마을지명은 용목리(龍沐)이다.

용목이란 지명은 마을에 전해오기는 마을 앞의 지형이 용의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풍수지리상으로도 용혈이라 해서 붙여졌다. 특히 지금도 마을 지명을 한자로 표기할 때 목자를 목(木)로 표기하고 있음에 비해 주민들은 용이 목욕을 했다 해서 목(沐)자로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은 별다른 것이 없다. 이전까지만 해도 잎담배 재배가 주종을 이루었으나 노령화로 인해 대폭 숫자가 감소되었다.

다른 작물을 재배할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는 것이 주민들로선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을내 인구의 노령화도 심각하다. 어림잡은 마을내 65세이상 연령층이 40~50명에 이른다니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65세 이상의 연령층이란 얘기. 용목리는 자연마을마다 주로 거주하는 성씨가 다르다. 지파실에는 경주김씨가 17대째 거주하고, 양지.음지말에는 문화류씨가 13대째 거주하고 있으며, 유봉열 군수가 이 마을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주민들은 37호 국도가 4차선으로 확포장 한다는 계기를 통해 4차선 도로로 연결되는 마을 진입로가 개설되길 바라고 있다. 주민들의 여망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듯 보이지만 그동안 옥천읍과 가까우면서도 오지 소리를 들어야 했던 마을의 특성상 교통불편에서 기인되는 숙원이 많기 때문에 이같은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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