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정곡리] 충효 실천하는 전통 농촌마을, 방울토마토 재배
[안내면 정곡리] 충효 실천하는 전통 농촌마을, 방울토마토 재배
<1993년 5월 1일 취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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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면 정곡리

옛 석공들의 돌부처를 빚는 정성에 뒤질세라 반듯반듯하게 깎인 목재를 다듬고 있는 손길이 안내면 정곡리 마을 입구에서 낯선 방문객을 맞는다. 정이나 대패 하나로 다듬었을 옛 목공이나 석공들의 손놀림에 비한다면 지금이야 미세한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완연한 차이가 있다.

다름아닌 기계를 이용해 목재를 다듬고 있는 것. 기계로 목재를 다듬어 열녀문을 세운다 해도 그 정성이야 한가지이다. 밝은 햇살아래의 기계를 만지는 목공들의 얼굴을 보노라니 바로 옛 목공들의 진지한 얼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정곡마을로 들어서면 좌측 입구 쯤에서 뭇사람들을 맞는 '전주최씨 열녀문'이 93년 새봄에 새단장을 하고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백10여년전. 이 지역 안내의 유림들은 한 열녀를 표창해달라며 고종황제에게 상소를 했다.  연일정씨 문중인 정형준의 처였던 전주최씨는 평소 성품이 온순하고 정숙하여 모든 여성의 본보기로 주민들의 존경을 받았는데 남편이 종4품인 부호군이라는 벼슬에 있으면서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게 해주는 한편 자녀를 잘 키워 다복한 가정으로 이끌었다.

전주최씨가 평생을 다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다가 일생을 다하니 이웃은 물론 인근에서도 현모양처로 소문이 자자했고 마침내 이곳 유림들이 길이 후손에 남겨 본을 받게 하기 위해 조정에 상소를 올렸던 것.  고종은 이러한 상소를 받고는 고종 20년인 1883년 2월에 전주최씨를 열녀로 정려하고 두 평의 다포식 목조기와 정려문을 세워 연일정씨 문중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그 이후 후손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가정을 이끄는 본보기였던 이 열녀문은 비바람에 기와가 무너지고 열녀문의 목재가 훼손되는 등 방치되었다가 올해 이곳 출신으로 대전에 거주하는 후손인 정구종씨가 이를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색이 바래 거의 없어진 것 같은 단청을 비롯하여 이 열녀문이 다시 세워지면 안내면 정곡마을의 정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적으로 후손의 산교육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많이 거주했을 당시 80여호에 이르던 가구수가 지금은 43가구 1백50여명으로 감소했다. 특히나 65세 이상 노부부만 사는 가구수가 절반을 넘어 약 3분의 2까지 이른다는 주민들의 추정이고 보면 이곳 주민들의 노동력 부족 하소연이 단순한 하소연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92년인 작년만 해도 한창 일할 나이인 3,40대 가정 4가구가 빠져나가 주민들을 허탈감에 젖게 했다. 그런 와중에서 이곳 정곡리의 소득작목이라면 배추나 옥수수, 담배 경작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안내면의 대표적인 작물인 방울토마토가 이곳에서부터 재배가 시작되었다. 6가구가 참여하고 있는 배추재배, 5가구가 하고 있는 옥수수, 4가구가 하는 담배농사 중에서 특히 잎담배의 경우 판로가 확보되어 농촌의 인기 작목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데 인력이 없어 가구수가 늘지 못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평이다.

방울토마토는 정상용 이장과 마을에서 가장 젊은 정진송(34)씨가 재배에 참여하고 있는데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 및 가능성에 대해 주민들의 기대가 큰 형편이다.  이곳 정곡마을이 단일마을로 이루어져 보은가는 37번 국도와 오덕리를 거쳐 청산으로 넘어가는 지방도의 삼거리,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는 한편 마을의 형성은 연일정씨 문중에서 처음으로 거주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곳에 있는 제법 큰 건물이라야 엽연초 보관창고와 정방주유소 등 뿐이고 이농에 따라 마을을 형성했던 연일정씨 문중의 집중도도 그만큼 약화된 상태.  현재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출향인들의 모임인 고향계(회장 정일영) 회원들이 고향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씨가 마을회관에 시계와 칠판을 비롯, 운동기구를 기증하는 등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 고향계원들이 지난해에는 마을회관에 보일러를 설치해주었으며 수원에 거주하는 손원석씨도 마을노인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는 출향인이다. 

이곳 출신 공무원으로는 김동엽(상수도사업소)씨, 박병우(농촌지도소)씨를 비롯, 정진양(경기도)씨, 정일용(대전교도소)씨, 손문식(대전시청)씨 등이 있다.  마을의 형성과 더불어 심어진 느티나무 두 그루가 어느덧 노쇠하여 넘어진 그 자리에 50년생 아들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는 정곡리엔 모자란 인력을 가지고도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목소리가 높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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